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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이상한 '숨은그림 찾기'

지금은 신문지면에서 사라졌지만 「숨은 그림 찾기」라는 것이 있었다. 그림판을 내 놓고 그 그림 속에 숨어 있는 동물이나 물건을 찾아내게 하는 킬링 타임용 코너다. 직장마다 매니아들이 있어 점심식사가 끝나고 난 뒤 틈새 시간만 나면 지면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림 원고를 만드는 사람은 그 속에 숨어있는 게 무엇인지 힌트를 띄운다.사냥개· 코끼리 하이힐· 빗자루 식으로 미리 이름을 알려 준다. 초보자는 끙끙대며 그림을 뒤져보지만 으레 한 두 개 정도에서 걸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매니아들에겐 그것이 안 통한다. 이미 숨은 그림을 출제한 사람의 기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가 수상한 구석인가를 꿰뚫고 있다. 자연 게임은 얼마나 짧은 시간에 해 내느냐가 관건이 된다. 그림판을 꾸미는 쪽은 되도록 어렵게 내느라고 머리를 짜내지만 한계를 들어낼 수밖에 없다. 아마 신문지상에서 「숨은 그림찾기」가 사라진 연유도 기법의 매너리즘 탓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런데 한번 매니아들을 골탕 먹인 기법이 등장한 적이 있다. 그림 속에 숨겨놓은 것이 아니라 그림 밖으로 들어낸 것이다. 전체 그림을 둘러싼 선으로 숨은 그림을 만든 것이다. 그림 속만 하루종일 들여다 보아 가지고는 잡아낼 수가 없다. 이 기법도 결국 들통이 나긴했지만 말이다. 「실패한」것인지 「중단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옷 로비사건을 두고 1년 내내 「숨은 그림 찾기」가 한창이었다. 알듯 모를듯 한 몇가지 힌트를 가지고 여기도 더듬고 저기도 더듬었다. 그래도 숨어있는 것들을 다 찾아내지 못하자 이번에는 전문가를 동원했다. 기둥 같다, 뱀 같다고 소경 코끼리 더듬듯 하더니 역시 특별검사라는 전문가가 확대경을 들이대 윤곽이 잡혔다. 그런데 그림의 형체는 아직 분명치가 못하다.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특별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 또 고급 털옷이 몇 벌 더 흘러나갔는 데 그걸 밝혀낼 수가 없었다.』 물론 박주선이라는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그림을 찾아내긴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일까. 그는 구속영장이 떨어지던 날 『편견과 선입견에 희생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드레퓌스 사건>을 이해할 만도 하다고 말했다. 무고한 죄인으로 몰렸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그림판 밖에 그려져 있는 진짜 숨은 큰 그림을 못찾아내고 만 게 아닐까. 제발 그것마저 찾아내 이런 이상한 「숨은 그림 찾기」가 식상해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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