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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은행에 통장을 개설하거나 갚기로 한 날보다 먼저 대출금을 상환하면 수수료가 새로 붙거나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적은 돈을 넣어둔 채 사용하지 않는 휴면계좌에도 앞으로는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줄이기 위해 당국과 업계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이 같은 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수수료 부과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우선 당국은 그동안 은행이 전액 부담하던 계좌개설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고객이 새로 계좌를 만들 때 발생하는 통장 등 소모품이나 전산유지비ㆍ인건비 등을 전부 은행이 부담하고 있다. 통장을 잃어버린 뒤 새로 발급받을 경우에만 평균 2,000원의 발급 수수료를 낸다.
기존에 개설한 계좌여서 일정 금액 이하로 잔액이 줄어들거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경우 유지비 명목으로 수수료를 매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만 인터넷뱅킹 등 창구를 통하지 않고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수수료가 그만큼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 폐지를 검토했던 중도상환 수수료는 방향을 바꿔 원가를 반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약정한 대출기간보다 고객이 먼저 돈을 갚으면 이에 따라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각종 비용을 수수료로 내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은행이 대출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담하는 조달금리를 비롯해 고객의 담보를 설정하거나 고정금리를 맞추기 위해 드는 헤지 비용은 고객이 대출금을 먼저 갚았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면서 "새로 대출고객을 찾느라 드는 비용 역시 중도상환 수수료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자동화입출금기(ATM) 수수료의 경우 현재는 일정 시간 이후나 타은행에 보낼 때만 내지만 인상하거나 계좌조회 등에도 매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당국자는 "최고 10년째 동결했거나 내렸기 때문에 현실화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점점 많은 고객이 ATM을 이용하므로 고객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과거 비슷한 수수료 도입논의 때 고객의 반발이 극심했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은행의 성과급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고객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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