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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국의 황혼

필자는 지난주 한일 의원연맹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 다녀왔다. 10년여 전 일본의 버블이 한창일 때나 버블 붕괴 후 10년 이상 불황을 겪고 있는 지금이나 표면적으로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변화를 못 느끼는 것이 필자의 감성이 둔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호사가들은 현재 일본의 불황을 가리켜 '고통 없는 불황'이라고 부른다. 이에 걸맞을 정도로 불황답지 않은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경제와 산업은 흔들리지만 누구도 견디지 못할 만큼의 고통을 받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일본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지만 국제 무대에서 일본의 위상이 추락한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기술강국인 일본이 왜 10년이 넘는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간단히 비유하면 '산업국가 일본'이라는 거대한 배를 타고 20세기를 헤쳐온 일본인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21세기라는 신대륙에 도착해서도 하선하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국가 일본을 이끌어온 것은 정당ㆍ관청ㆍ기득권단체의 '철의 트라이앵글'이었다. 이들은 산업화 시대에 있어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국가를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지만 정보화 시대인 21세기에 효율적으로 적응하지 못했고 이들을 대신할 새로운 지도세력이 출현하지도 않았다. 국가중심의 경제성장은 국가정책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버블 붕괴 후 일본정부의 경제정책을 돌아보면 우선 리더십 부재에 따른 '너무 적고 너무 늦은' 대책을 반복했다. 게다가 새로운 위기에도 과거와 동일한 처방을 반복했기 때문에 뉴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는 기존의 '철의 트라이앵글'이 스스로만을 위해 만든 대책이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러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보조와 무역장벽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1차 산업, 복잡한 유통구조와 부실의 늪에서 허덕이는 금융업이 상징하듯 낮은 생산성의 3차 산업뿐만 아니라 한때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2차 산업의 경우도 폐쇄형 기술로 인해 뛰어난 성능을 갖고도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세계의 부러움과 찬사를 한몸에 받던 일본의 현재 모습을 보며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는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다시 한번 떠올린다. /조재환<민주당 의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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