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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10월 7일] 장군의 아들, 장관의 딸

권홍우 편집위원 노기 마레스케. 일본에서는 군신(軍神)으로까지 추앙 받는 인물이다.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니까. 막상 승전보고대회에서 노기 대장은 허름한 야전복에 볼품없는 말을 타고 나타났다. 일본 국왕 앞에 선 그는 국법으로 금지한 자결을 허락해달라고 간청했다. 승리했지만 전쟁의 분수령인 여순 203고지 전투에서만 6만명이 넘는 전사자를 냈다는 죄책감에서다. ‘짐의 생전에는 자결을 불허한다’는 메이지의 명령에 뜻을 접었으나 노기는 군복을 벗고 대학 학장으로 재직하다 메이지가 죽은 후 지난 1912년 할복자살했다. 장군의 부인도 독을 마시고 부군의 뒤를 따랐다. 부부는 죽어서야 203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두 아들과 만날 수 있었다. 최전선에서 전사하는 ‘장군의 아들’은 희귀한 일이 아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장성의 아들 142명 가운데 35명이 죽거나 다쳤다. 8군 사령관이었던 제임스 벤플리트 대장의 아들은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했으나 격추돼 목숨을 잃었다. 몇 년 뒤 미국 34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아이젠하워 당시 나토사령관의 아들도 육군 소령으로 참전했다. 가진 자의 모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에서 한국은 공산주의자들보다 못했다.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의 큰 아들 마오안잉도 한국전쟁에 지원해 폭격을 받아 죽었다. 자제의 참전을 말리는 측근들에게 마오쩌둥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내 자식이 가지 않는다면 인민들 누구도 전쟁터에 나가지 않을 것이오.’ 시신만큼은 찾아달라는 며느리의 간청에도 마오 주석은 ‘전사자는 현지에 묻는다’는 중국인민해방군의 전통대로 북한 땅에 아들을 묻었다. 한국은 어떠했을까. 힘 있는 집일수록 병역에서 빠지고 국방예산 착복 비리 속에 급히 소집된 9만명의 국민방위군이 얼어서, 굶어서 죽어나갔다. 오죽했으면 전선에서 총상을 입고 ‘빽(뒷 배경)’을 외치며 죽었다는 말이 돌아다녔을까. 외국에서 ‘장군의 아들’이란 존경 받을 가치를 지닌 집안의 자제로 통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부정적 이미지나 고작 협객 영화ㆍ소설을 연상시킬 뿐이었다. 오늘날은 과거의 다른가. 사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현역 장성의 아들 중 80%가 행정병이나 군종병ㆍ통역병 등 이른바 ‘꽃 보직’을 받고 선호도가 높은 해외파병에서도 평균보다 훨씬 높은 확률을 보였다는 통계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같은 ‘장군의 아들’이 다른 나라와 우리는 왜 이리도 다른지 한숨이 나온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서울의 하늘 아래 네 나라의 차이가 극명하다. 장군의 아들들이 최전선을 마다하지 않았던 미국과 중국ㆍ일본은 G1과 G2ㆍG3다. 돌아가며 개최하는 G20회의를 마치 정권의 치적인양 포장하는 G20의 말석국가 한국은 여전히 가진 자와 그 자제 분을 위한 사회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특혜 채용을 비롯한 정부 중앙부처와 지차체의 수많은 사례, 총리며 장관을 임명할 때마다 불거지는 병역 기피 의혹 논쟁이 그 증좌다. 난마처럼 엉켜진 현실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길은 어디에 있을까. 문제와 답은 항상 같은 곳에 있기 마련이다. 가진 자들이, 문제를 일으켰던 자들이 푸는 게 최선책이다. 국회 청문회를 회피하듯 외국으로 빠져나간 유 전 장관부터 불러들이는 게 순서다. 특혜 사실이 불거졌던 당시 어디선가의 지침을 받고 국민들에게 사죄하기 직전까지 ‘딸의 채용에 문제가 없다’고 당당했던 그의 태도에 비춰 무엇이 두려워 청문회를 기피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정권도 그의 해외 체류를 방관한다는 의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자연스럽게 맑아진다. 책임질 일을 했다면 책임을 지는 전례가 세워진다면 장군 아들들의 꽃 보직 시비도 사라지고 그토록 강조하는 국격도 높아지리라.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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