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차비 모아 생일 때 과일 선물… 가난했지만 아내 사랑 넘친 박수근

김복순 '박수근 아내의 일기' 회고록

사생활·인간적 면모 등 자세히 담아


"이 다음에 제가 커서 시집을 갈 때에는 하루 세끼를 조죽을 끓여 먹어도 좋으니 예수님 믿고 깨끗하게 사는 집으로 시집가게 해 주세요."

열두살 김복순은 매일 같은 기도를 올렸다.

기도 때문이었을까. 17살 김복순은 가난하지만 예수님을 믿는 박수근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박수근 아내의 일기(현실문화 펴냄)'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화가 중 한명인 박수근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봤던 아내 김복순의 회고록이다. 이들 부부는 이미 말이 전달될 수 없는 저세상으로 떠났지만, 박수근 화가 아내의 기록이 담긴 책을 통해 화가 박수근의 사생활과 인간적인 면모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박수근과 김복순의 결혼은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였다. 먼저 사랑을 고백한 이는 박수근 화가였다. 박수근은 윗집에 사는 김복순을 빨래터에서 보게 된 후 사랑에 빠져 연애편지를 쓴다.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팔레트밖에 없습니다. 나와 결혼해주신다면 물질적으로는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로는 당신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귀여운 당신을 내 아내로 맞이한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은 없겠습니다."



그러나 김복순의 아버지는 박수근이 보낸 연애편지를 보고 딸을 서둘러 춘천에 살고 있는 수의사와 약혼시킨다. 그 소식을 들은 박수근은 상사병으로 알아눕게 된다. 식음을 전폐한 박수근을 보다 못해 그의 아버지가 김복순의 아버지를 만나 설득에 나섰고, 결국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힘들게 결혼한 만큼, 박수근은 결혼 후에도 아내를 지극정성을 다해 사랑했다. 신혼 초기 직장 때문에 아내와 떨어져 살게 된 박수근은 아내에게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다. 같이 있을 때는 아내를 위해 빨래를 하고 부엌일을 도왔다. 가난했지만, 차비를 모아뒀다가 아내의 생일이면 잊지 않고 고기와 과일을 샀다.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아내를 향한 사랑만은 넘쳤다.

인간적인 면모도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림 값을 떼어 먹은 사람에게 화를 내기보다는 이해하고, 노점에서 과일을 사더라도 이웃한 행상들이 섭섭해하지 않도록 여러 가게를 들렀다. 그의 그림에 유독 거리 풍경과 행상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했던 그의 삶과 무관치 않다.

한편 책에는 '빨래터', '나무와 두 여인', '귀가', '나무' 등 박수근 화가의 대표작 67점도 담겨 있어 책을 통해 그의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