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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듣는 美 은행들

자금지원 불구 대출 오히려 줄여… 정부 경기부양 의도 차질


금융권에 수천억 달러의 세금을 투입, 기업 및 가계 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던 오바마 정부의 의도가 은행들의 보신주의로 어긋났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J)은 재무부 자료를 자체 분석,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른 자금지원을 받은 은행들의 2월 대출금액이 구제금융 투입 전인 지난해 10월에 비해 23% 격감했다고 보도했다. TARP 자금을 지원 받은 19개 은행들 가운데 단 3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난해 10월에 비해 지난 2월의 대출이 감소했다. WSJ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이 임원들에게 보너스와 다른 혜택을 제공한 데 대해 불만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기대했던 대출확대 효과마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금융시스템을 소생시키기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능력에 대한 회의론도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5일 구제금융 수혜 은행들의 2월 대출 실적을 공개하면서 "전반적인 대출 수준이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구제금융이 투입되지 않았더라면 대출이 더 큰 폭으로 위축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WSJ은 재무부가 부정적인 여론 형성을 막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자료를 해석했다고 꼬집었다. 재무부는 21개 TARP자금 수혜 은행들의 신규 대출이 2.2%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WSJ이 은행들의 전체 신규 대출 규모를 계산한 결과 지난해 10월 19개 은행에서 모두 2,263억 달러 규모의 대출이 이뤄졌으나 지난 2월에는 1,742억 달러에 그쳐 재무부 발표 자료보다 2배 이상 큰 4.7% 감소로 파악됐다. 은행들은 이에 대해 가계나 기업의 대출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재무부 대변인 역시 "어떤 방법으로도 미국 은행권의 전체 대출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면서 "재무부가 모든 데이터를 공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무부의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TARP자금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미 의회의 TARP자금 특별감사관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미 재무부가 국민의 혈세인 TARP자금이 횡령 되지 않도록 하고 더욱 투명하게 관리하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 미 정부에 대한 회의론에 무게를 더했다. 특별감사관은 "재무부의 부실자산 처리에 참여하고 있는 펀드 매니저들이 업무상 정보를 이용, 사적인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혈세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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