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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56> 살고 싶다면... 역발상 하라!


누구나 위기에 봉착하면 전에 없던 솔루션을 찾습니다. 많은 대기업들은 주말 출근이나 야근 등을 권장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 심지어 임원들조차 새벽같이 회사에 도착해 업무를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만의 기업문화라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평소와 위기 때 시간을 쓰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듯합니다. 일단 위기상황을 극복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그러나 위기 시에 모두가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대응한다면 정말 사태 수습이 가능할까요? 경영학자들은 기업들이 똑같은 행동을 취하는 양상을 가리켜 ‘동형화’(Isomorphism)라고 말합니다. 서로 비슷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남들만큼 하려는 자세가 발현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사고 때문입니다. 상식적인 수준의 행동을 하면 중간은 간다는 위험 회피적 성향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형화는 역으로 기업이나 개인들의 차별화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너나 나나’ 똑 같은 방식으로 처신을 하다 보니, 얼마나 잘하고 못하는지 구분하기 힘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모난 돌이 정을 맞기도 하지만, 너무 모나지 않은 돌도 쉽사리 존재감을 잃는 법입니다. 그래서 경영학자들은 기업이 서로 너무 비슷해질 때, 죽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유사한 개체들 사이의 자연 선택을 강조하는 환경의 압력 같은 것에 의해서 말이죠.

우리는 때로는 특정 경영자에 의해서, 아니면 국제적인 경제 사정에 의해서 ‘위기’라는 말을 자주 공유해 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진보적 성향을 지닌 경제학자 우석훈씨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라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어느 대기업 회장의 위기 담론을 비판하면서 한국 기업의 위기는 결국 조직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는 현상 진단이었습니다. 그러면서 20대와 일하는 법, 여성과 일하는 법, 지역사회나 중소기업과 더불어 일하는 법 등을 익히지 않으면 더 이상 한국형 국민 기업 모델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사실 그의 관점은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할 부분을 많이 갖게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실 ‘샌드위치 위기’를 이야기 한 대기업 회장이와 우 박사 모두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우선 위기 때에는 전과 다른 대안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갖고 있는 ‘본전’이 얼마만큼인가에 대한 객관적인 현상 진단이 필요합니다. 샤오미, 알리바바, 폭스콘과 같은 거대 중국 기업이 저원가 생산 경쟁력으로 치고 올라오고, 애플을 비롯한 서구 브랜드들이 두꺼운 장벽을 쌓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창과 방패로 사용할 것인가, 상처를 입었을 때에는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새로운 리더의 탄생뿐만 아니라 기성 리더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비전과 원칙이 이루어지면 훌륭한 조직이 될 것이라 믿는 자아 함몰형 리더가 많습니다. 현상 진단을 마쳤다면 ‘역발상’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남들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 뒤로 처지지 않게 만드는 힘이라면, 궤를 뛰어넘는 사고와 행동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는 전략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략을 실현하려면 리더가 많이 생각해야 하고, 조직 안에서 그 생각을 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에는 3저(저성장·저물가·저환율) 위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독특한 묘수를 발휘해 살아남는 한국 기업이 많기를 기대해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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