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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유언비어와 민심
입력1999-12-22 00:00:00
수정
1999.12.22 00:00:00
요즘같이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때도 드물 것이다. 정보통신 인프라가 워낙 잘 되어 있어 온갖 소문이 순식간에 돌고 퍼진다.그러나 유언비어 중엔 고개를 끄덕거릴만한 것도 있다. 유언비어도 잘 새겨들으면 민심을 알아 깊은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은 것이다.
얼마전 어느 모임에 갔더니 요즘 5걸을 아느냐고 묻는다. 그건 옛날 이야기 아니냐고 했더니 새 버전이 나왔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5걸은 다섯분의 걸출한 사람을 말하는데 걸출하다는 뜻이 마이너스의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 5걸(五乞)로 쓰기도 한다. 과거 행적이나 언행으로 보아 도저히 갈 수 없는 자리에 갔거나 욕심을 내는 사람을 일컫는다.
5걸의 앞뒤로 3초(超)와 8살이 붙는 것이 최신 버전이다. 3초는 세분의 초인(超人)을 일컫는데 이것도 마이너스 뜻이 강하다. 한때는 빛나는 업적과 성망을 얻었으나 지금은 옛날의 정채(精彩)가 빛을 잃은 것 같아 세상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분들은 정말 나라가 어려울 땐 분연히 일어나 한 역할 해 주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좀체로 그런 조짐이 없자 실망한 나머지 세상을 초친다는 뜻으로 3초(三醋)로 부르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3초론(三超論)은 국가위기시의 원로대망론이 아닌가 싶다.
8살은 여덟 사람의 보살에서 나온 모양인데 보살의 별칭인 점쟁이의 뜻으로 더 통용되고 있다. 이들은 3초나 5걸보다는 한수 아래지만 그래도 이름 깨나 있는 사람들로서 점쟁이 같이 처신이 정확·기민하다 하여 감탄 반 시샘 반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더러 입심 나쁜 사람은 그런 뜻이 아니라 여덟 살살이에서 나온 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연말 들어, 특히 세기말을 맞아 망년회로 분주하기 보다 자신들의 모습이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모두들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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