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전략정비구역은 지난 2009년 한강 공공성 회복선언에 따라 발표된 5개 전략정비구역 가운데 사업 진행이 가장 더딘 곳 중 하나다. 하지만 일단 사업의 물꼬만 트이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금융중심지 육성 프로젝트와 맞물려 업무와 주거가 복합된 '서울의 맨해튼'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섬'으로 이뤄진 입지의 희소성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고밀도 초고층아파트 8,172가구 들어선다=여의도전략정비구역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61만4,301㎡ 규모이며 2개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1구역에는 9개 단지 6,266가구, 2구역에는 2개 단지 1,906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서울시는 여의도 글로벌타운 조성사업과 연계하기 위해 여의도 아파트지구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상향하고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와 묶어 통합 개발할 예정이다. 주거복합용지는 평균 40층 이하 최고 50층 높이로 지어질 계획이며 업무ㆍ숙박복합용지는 상한용적률 800%에 층수제한을 아예 없앴다. 시는 40% 이상의 주민공공기여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되 용적률과 층수 인센티브를 부여해 주민과 공공이 상호 윈윈하는 정비사업을 실현한다는 복안이다. 기부채납되는 땅에는 공연ㆍ전시ㆍ레저공간을 갖춘 '아레나시티'를 조성해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구역 내 11개 단지 주민들은 시의 이 같은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월 열린 지구단위계획 주민설명회 이후에도 주민들은 공람 거부, 원안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사실상 모든 사업 진행이 멈춰버린 상태인 것이다. ◇호재는 풍부한데 수요는 잠잠=전문가들은 여의도전략정비구역의 투자가치를 높게 책정하고 있지만 현재 사업 진행이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마냥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 지역 A공인의 한 관계자는 "개발이 완료되면 아파트 시세가 적어도 3.3㎡당 3,500만원은 갈 것"이라면서도 "주민들 반대로 사업진행이 전혀 안 되고 있어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인근 U공인의 한 관계자도 "2년 전 서울시가 한강 공공성 회복선언을 발표했을 때보다 아파트 가격이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4억원까지 떨어졌다며"며 "9억원을 호가하던 미성아파트 85㎡(공급면적 기준)가 지금은 7억5,000만~8억원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거래 침체 탓에 이따금 나오는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사업 진행이 안 되는 만큼 매매가도 낮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저가매수의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E공인의 한 관계자는 "워낙 희소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보니 여전히 매입 여부를 저울질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거래시장이 회복될 경우 이 일대 아파트 가격 역시 빠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주민, 합의 도출해야=주민들은 5월 '여소연합'이라는 지구단위계획 철회를 위한 모임을 만들고 원안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여소연합 측은 주민 50% 이상의 반대 서명을 받고 조만간 영등포구청에 서명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사업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기부채납비율이다. 이미 웬만한 기반시설은 다 갖춰진 지역임에도 공장지역에나 적용하는 40%의 공공기부채납을 적용한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여소연합의 한 관계자는 "애초 지구단위계획 수립시 주민들의 동의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며 "원안 폐지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관 주도의 무리한 사업 추진보다는 차라리 개별 단지별로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게 낫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통합개발 방식을 채택해 기부채납률을 높이다 보니 주민들의 저항감이 높은 상황"이라며 "사업 속도는 결국 시와 주민들이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합의를 도출해내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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