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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을 침체에 빠진 영국 경제의 터닝 포인트로 삼겠다"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런던 올림픽을 '경제 올림픽'으로 규정했다. 3년여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침체에 빠진 영국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올림픽 특수 효과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 1ㆍ4분기 -0.3%를 기록, 지난해 4ㆍ4분기에 이어 3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간 바 있다.
이처럼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여파로 영국 경제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가운데, 각국의 예상 메달획득 순위와는 별도로 개최국인 영국이 이번 올림픽으로 얼마의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캐머론 총리를 비롯한 영국 정ㆍ재계는 물론 다수의 경제 분석기관들은 이번 올림픽이 막대한 경제효과를 창출해 영국이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발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림픽 효과의 과대의 과대평가를 경계하는 부정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최대 165억파운드 경제효과 기대…일부 '과대평가'지적도= 캐머론 총리는 이날 "이번 올림픽으로 행사 기간에만 10억 파운드(약 1조7,800억원)의 경제효과가 창출되고, 장기적으로 2015년까지는 그 규모가 총 130억파운드(약 23조1,900억원)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올림픽 특수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개최 시점에 맞춰 17회 이상의 외국인 대상 투자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도 "올림픽 개최로 런던에만 총 110억파운드 규모의 해외투자가 이뤄졌고 일자리도 약 1만2,000개 늘어났다"면서 "앞으로도 6억5,000만파운드가 더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런던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영국 로이즈뱅킹그룹은 올림픽 효과가 오는 2017년까지 총 165억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올림픽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6만2,000여여 개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신용카드사인 비자도 보고서를 통해 향후 4년간 올림픽이 낳을 경제적 파급효과가 53억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캐머론 총리가 기대한 130억파운드의 부양효과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침체에 빠진 영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충분한 액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런던올림픽의 경제적 효과가 과대평가됐다"면서 "기대와는 달리 영국 경제 회복에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주축 가운데 하나인 건설 경기 활성화는 이미 경기장 건립이 완료됐기 때문에 시장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또 "돈을 많이 쓰는 비즈니스 관광객은 줄어드는 대신 씀씀이가 작은 '알뜰 관광객'만 늘어나 실속은 없을 것"이며 "이마저도 올해 안에 약발이 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흑자 올림픽'달성은 어려울 듯= 이처럼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개최될 때마다 나오는 대규모 경제효과에 대한 분석은 도시 이미지 제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효과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일 뿐 실제 손익계산서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개최국의 경기 침체 진입 와중에 열리는 이번 런던올림픽에 대해서는 영국이 얼마를 쏟아 부었고 순수하게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영국 정부에 의하면 지금까지 올림픽 유치에 쏟아 부은 비용은 15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경기장 건설과 지하철 리모델링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에 전체의 74%인 111억달러가 투입됐고, 숙박ㆍ수송 등 행사 진행 비용에 8억5,000만달러, 치안유지 비용에 3억달러가 각각 소요됐다.
반면 영국이 TV중계권과 기업체 후원, 입장료 수입 등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55억달러(약 6조2,000억)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고정적으로 42% 가량을 가져가게 돼 있어 실제 영국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32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행사 자체의 손익계산서만 보면 올해 런던올림픽은 118억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게 될 판이다.
스포츠 경제학분야 전문가인 김예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정보자료실장은 "경제효과는 분석 기준 및 기간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이고 줄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런던올림픽이 흑자를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런던의 이미지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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