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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뒷맛 씁쓸한 전통시장 살리기

"아이고 어머니, 생선이 참 좋네요. 한 마리 담아주세요."

추석을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중소기업 관련 기관장들이 줄줄이 전통시장을 찾았다. 한가위를 맞아 시장 상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다. 이들은 1,000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구매해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좋은 취지와 달리 이벤트의 이면을 살펴보면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진다. 상인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 채 생색 내기에 급급한 행사가 다음 명절에도 반복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은 필요도 없는 물건을 구매하며 무작정 물건이 좋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름도 모르는 생선을 손에 들고 '역시 전통시장'이라며 엄지를 치켜드는 모습은 쓴웃음을 자아냈다. 관심은 온통 사진이 잘나오는 각도로 포즈를 취하는 데 쏠려 있는 듯했다. 심지어 대형마트보다 비싼 과일을 가리키며 "이렇게 싼 과일을 사려면 역시 전통시장에 와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전통시장의 애로사항을 듣기에 앞서 사진촬영에만 열을 올리자 상인들의 표정은 점차 굳어갔다. 온누리상품권 몇 만원어치로 상인들을 격려하기는커녕 기분만 상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시끌벅적한 행렬이 지나간 후 뒤통수로 날아든 시장 상인들의 걸쭉한 말들이 기자의 귀에만 들렸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이 같은 모습에 상인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물건 사러 온 손님보다 불우이웃 돕듯이 시장에 온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형마트와 달리 전시행정으로 넘치는 전통시장의 상인들의 사기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쟁력 있는 전통시장의 모습은 단순히 물건 사주고 생색 내는 것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올해와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면 오히려 상인들의 사기는 물론 자생력까지 떨어뜨리는 꼴이 된다. 생선 이름과 과일값도 모르는 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진짜 시장을 살리고 상인들을 격려하는 처방을 다시 한번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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