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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정부도 두 손 든 '무소불위 노조'

"잘못 손댔다간 정권마저 위협" 정치권 비호속 절대권력 누려<br>외국인 천연자원外 투자 기피… 최근 수년동안 공장 설립 전무


지난 2009년 글로벌 식품업체인 크래프트는 우여곡절 끝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파체코 공장을 전격 폐쇄하고 아르헨티나에서 철수했다. 현지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공장을 인수했지만 해당 기업의 노조와 기존 크래프트 노조 간 헤게모니 싸움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정상적인 공장가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회사 측은 노조의 업무방해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법원 측은 결국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 측은 외국자본이 떠나간 후 파체코 공장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인수해 현재까지 직접 운영하고 있다. 요즘도 외국인투자가들 사이에 회자되는 크래프트 사건은 아르헨티나에서 제조업을 운영하자면 투자가들이 얼마나 높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르헨티나 헌법에는 '노동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법'이라고 규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과 노동자 간의 소송에서 아무리 노동자가 잘못했더라도 기업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르헨티나의 해외투자 유치실적은 중남미에서 5위(2009년 기준)를 달리지만 하나같이 천연자원 개발에만 몰려 있다.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는 그린필드형 투자는 최근 수년간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해외 기업들의 노동관계 업무를 컨설팅하는 문재식(46)씨는 "아르헨티나의 노동법은 시대를 100년 앞서가는 법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며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해외 제조기업들이 아르헨티나로 직접 진출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는 현재 1,317개의 공식노조와 1,104개의 비공식노조가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조 가입자만도 1,320만명에 달하며 중소기업 고용인력의 60%가 가입돼 있다. 전체 국민이 4,300만여명임을 감안할 때 세계 최대의 노조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하다. 아르헨티나 노조는 전통적으로 정치권과 밀착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치권은 일찍부터 노조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들의 불법을 묵인하고 세력확장을 도와줬다. 국회의원 가운데 40여명이 노동계 출신일 정도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최대 노조조직인 노동총동맹(CGT)이 집권당에 보낸 경고장이 화제를 낳고 있다. 우고 모자노 CGT 서기장의 이름으로 작성된 경고장에는 "전국적으로 1,200만명의 노조 조직원이 활동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표를 잘 인도한다면 노동자에 대적할 집단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협박성(?) 문구가 담겨 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오는 10월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공천을 요구하는 CGT의 요구를 묵살한 데 대해 반기를 든 것이라지만 공천내용을 보면 젊은 노동계 인사들을 기용한 것일 뿐 노동계 의사를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CGT는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최저임금을 2,600페소로 올리고 가족수당 상한선을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최저임금은 2003년만 해도 200페소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1,840페소로 800%나 껑충 뛰어올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백 명에 달하는 노동귀족은 이미 아르헨티나의 거대권력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모자노만 하더라도 아들 네 명이 모두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조 등에서 고위간부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남인 파쿤도 모자노는 여당의 공천까지 받아냈다. 노조간부들은 이처럼 막대한 이권을 누리다 보니 남부럽지 않은 자산가로 공공연하게 대접받고 있다. 아르헨티나 최대 일간지인 클라린(Clarin)에서 29년간 기자로 몸담았던 훌리오 세바레스(57)씨는 "아르헨티나에서 노조는 절대권력"이라며 "노조를 변화시키려다가는 정권마저 바뀔 운명에 몰리게 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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