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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당무위원과 의원들이 20일 연석회의를 열고 "당 대표를 흔드는 행위를 규탄한다"며 문재인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문 대표의 재신임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문 대표와 비주류의 갈등은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날 안철수 전 대표가 당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주류와 비주류 전체를 대상으로 '정풍운동'을 예고했고 당을 탈당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선언함에 따라 새정연은 또다시 안팎의 풍파에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새정연은 이날 당무위·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고 "문 대표 재신임을 확인한다"며 "더 이상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분열적 논란을 배제한다"고 문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당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비주류의 반발이 끊이지 않자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기로 한 문 대표에게 재신임 철회를 요청하며 문 대표에 대한 정치적 재신임을 선언한 것이다. 재신임 철회 명분을 얻게 된 문 대표는 이날 연석회의에서 모인 의견을 바탕으로 재신임 철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날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됐다. 주류·비주류 등 대상 구분 없이 새로운 정풍운동을 선언한 안 전 대표의 부패혁신 방안과 천정배 의원의 신당 창당 선언은 총선을 앞둔 문 대표에게 고차원의 방정식을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정계 입문 3주년을 맞아 국회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어 "부패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계류되기만 해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부패척결을 위한 3대 원칙으로 △무관용 △당내 온정주의 추방 △당 연대책임제 도입을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의 구속 당시 무죄를 주장한 문 대표의 '온정주의'를 질타하며 대권 레이스를 향한 '안철수식 새 정치'를 선언했다. 하지만 부패척결 대상에 비주류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안 전 대표가 비주류와 선 긋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차기 공천과정에서 문 대표와 혁신위가 제시한 '평가 하위 20%의 공천배제안'과 비주류를 겨냥한 안 전 대표의 '인적쇄신안'이 맞물릴 경우 당의 원심력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표는 대권주자로서 경쟁을 선언한 안 전 대표를 견제하면서도 공천혁신을 위해 안 전 대표와 협력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또 고강도 혁신에 따라 당의 이탈을 최소화해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됐다.
또 천 의원이 이날 "내년 1월까지 창당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것도 문 대표와 새정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 의원은 "새정연 의원들을 만나보면 일면식 없는 분 중에서도 당에서 희망을 잃은 의원들이 상당수 있더라"며 새정연 의원 일부의 합류 가능성도 내비쳤다. 새정연은 천정배 신당의 돌풍 가능성에 '찻잔 속 태풍'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지속될 경우 일부 의원들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예의주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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