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과 자동차 대량 생산, 지구온난화. 관계없어 보이지만 구스타브스 스위프트(Gustavus Swift)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냉동열차를 개발하고 식품유통업을 일으킨 사람이다. 1839년 매사추세츠의 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공부와는 담을 쌓았지만 남다른 상재(商材)를 타고났다. 8세부터 정육점에서 일해 16세에 자본금 20달러로 독립한 그는 고기를 덩어리째로 판매하는 다른 상인들과 달리 소량이라도 고객이 원하는 만큼 잘라 팔아 주부들의 호응을 받으며 돈을 모았다. 유력 정육업자로 성장한 그는 1878년 전재산을 건 모험에 나섰다. 카우보이가 소떼를 몰거나 살아 있는 소를 화차에 우겨넣어 도시로 운반한 뒤 도축하던 방식과 달리 산지에서 도살해 식육부위만 냉동열차에 실어 나른 것. 새로 선보인 냉방기술을 적용하고 식용 부분만 실었기에 그의 방식은 이전보다 수송비용을 70% 가까이 줄였지만 기존 업자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소비자들도 처음에는 그의 쇠고기를 마뜩잖게 여겼으나 품질에 이상이 없는데다 절반 가격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그는 돈방석에 앉았다. 폭주하는 주문에 그는 대형 농장을 짓고 도시별로 냉장창고와 정육공장을 세워 통조림과 마가린ㆍ버터ㆍ비누까지 만들어 팔았다. 얼마 안 지나 과일과 채소상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 근대적 식품산업이 이렇게 생겨났다. 스위프트 사망(1903년 3월29일) 이후 ‘혁신’은 헨리 포드로 이어졌다. 20세기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는 포드가 스위프트 정육공장을 방문해 얻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스위프트는 그림자도 남겼다. 숲을 밀어낸 경작지에서 나오는 세계 곡물 생산의 30%가 축산사료로 쓰인다. 전세계 가축의 트림과 방귀는 한국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60% 수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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