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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월 12일] 연구개발도 '주고 받고 나누기'

지난달 글로벌 측정표준 상호인정협약(MRA) 1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에 참석차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다. 다소 생소하기도 한 글로벌 측정표준 MRA는 세계적으로 국제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무역에서 기술적 장벽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일어나면서 생겨났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만약 미국에서 자동차 배출가스에 포함된 유해성분 함량을 대폭 줄이도록 요구한다면 우리는 요구사항에 맞도록 자동차를 생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배출가스 성분을 측정한 결과가 미국에서 측정한 결과와 다를 경우 우리가 만든 자동차의 수출이 어렵게 될 것이다. 상호인정협약 체결로 큰 성과 측정결과를 믿을 수 있으려면 서로의 측정능력이 동등하다는 것이 확인돼야 한다. 이러한 확인을 위해 국제적으로 측정결과를 상호 인정하는 협약을 맺고 각 나라의 측정능력을 비교한 후 공개하고 있다. 이 협약에는 현재 74개 나라와 2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어서 전세계적인 협약이 됐다. 이러한 목적으로 체결된 MRA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국가표준기관과 국제기구의 대표들이 모여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각국은 그동안 거둔 나름의 성과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 측정표준대표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의 원장으로서 필자도 우리나라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특히 MRA 체결로 이뤄진 성과가 많아 각국 대표의 큰 호응과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 대기업 등 산업체가 국제교역 활동과정에서 획득한 경제적 효과를 구제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해보면 미국 세계 굴지의 석유회사로부터 대형 해양구조물 제작을 수주한 국내의 조선해양기업은 구조물 제작에 사용될 측정 장비 130종 모두를 미국 국가표준기관(NIST)에서 교정받아 교정성적서를 획득해야 한다는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다. 그대로 따르자면 작업 공정은 두 달 이상이나 지연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높은 교정수수료는 물론 납기 불이행으로 인한 막대한 위약금 등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돼 그야말로 무역상 거대한 기술장벽을 만나게 됐다. 이에 대한 해결사로 나선 것은 KRISS와의 MRA였다. 한국의 국가표준기관 KRISS와 미국 국가표준기관 NIST는 함께 MRA에 가입했고 한미 양국의 국가표준은 동등성을 확립하고 있었다. 이는 곧 국내 기업이 KRISS로부터 보급받고 있는 한국의 국가표준이 미국 NIST가 보유한 미국의 국가표준과 동등성을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미국 석유회사는 이 사실을 인정해 우리나라 기업이 보유한 측정 시험장비에 대한 KRISS의 교정성적서를 NIST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였다. 관련기업은 납기를 준수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즉, 130종의 측정장비에 대한 교정수수료로 3만달러를 투자해 1,000만달러의 손실을 막아 300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외에도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이러한 관점에서 70~200배 이상의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누린 것으로 평가됐다. 측정표준 MRA와 이를 성공적으로 이행한 KRISS를 통해 가능했던 일이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뜨거운 호응과 찬사를 보내주었고 국제도량형위원회에서 우리의 성공사례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로 함으로써 무역기술장벽의 파고를 성공적으로 넘어선 한국의 측정표준 역랑에 대해 무언의 황금빛 메달을 목에 걸어주었다. 측정표준 R&D 투자 확대 필요 측정표준 MRA 1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행한 세계적 대기업인 보잉사의 최고 경영층의 발표에 대해 한 참석자가 던진 "측정표준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보잉사는 그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혜택에 대한 보답으로 측정표준 분야의 연구개발(R&D) 활동에 투자를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우리는 작은 교훈을 발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측정표준이 당장의 가시적 성과나 눈에 보이는 제품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측정방법을 찾아내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산업분야가 나오면 그 분야의 측정연구를 현장보다 앞서, 그것도 백배 천배 이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업체의 요구가 있을 때 적시적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더 정확한 측정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측정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측정표준연구는 전 분야의 기초과학 연구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만들고 때로는 그 관계가 깨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때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고 받고 나누기'의 원칙이 잘 지켜져야 한다. 이것은 비단 우리네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과학기술 R&D 주체와 고객 간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사랑과 깊은 신뢰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다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은 물론 국가산업 경쟁력 향상 모두를 이뤄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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