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상 승리" 때이른 축배 '눈총' [한·미 FTA] 국정홍보처 평가 논란국정홍보처 "韓 10개·美 7개 얻어 결과는 판정승" 주장아전인수식 해석·외교관행 무시 美 정부 곤혹스럽게협상단도 "왜 저렇게 오버하는지 모르겠다" 비판 손철기자 runiron@sed.co.kr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틀 만에 협상 승리를 선포하며 샴페인을 터뜨려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협상 결과에 대한 정부의 아전인수격 해석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외교관행을 무시하며 파트너인 미국 정부의 입장마저 곤혹스럽게 해 정부 협상단 내에서조차 “왜 저렇게 ‘오버’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국정홍보처는 60시간 연장협상의 피말리는 벼랑 끝 승부 끝에 “결과는 판정승이었다”며 우리 측 협상단의 손을 들어줬다. 홍보처는 ▦미측 자동차 관세 철폐 ▦대미 섬유수출액의 61% 관세 철폐 ▦개성공단 추후 협의 ▦미측 반덤핑 제재조치 완화 ▦쌀 개방 제외 ▦쇠고기 관세 15년 철폐 ▦오렌지 등에 계절관세 적용 ▦투자자-국가소송제에서 부동산정책의 예외적 취급 ▦금융 일시 세이프가드 도입 ▦공공 교육ㆍ의료 개방 예외 등 10가지를 주요하게 얻은 것으로 강조하면서 미측이 얻은 것은 7가지에 불과하다며 판정승이라고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통상전문가와 정부 협상단에 따르면 홍보처가 얻었다고 밝힌 10가지 중 제대로 된 승점은 금융 일시 세이프가드 정도에 불과하다. 미측이 3,000㏄ 이하 자동차 관세를 즉시철폐했지만 우리 측도 마찬가지인데다 즉시철폐에 3,000cc 초과도 포함해 관세만 놓고 봐도 우리 측이 더 내준 셈이다. 더욱이 자동차에서 우리는 세제개편뿐 아니라 미측의 환경ㆍ안전ㆍ표준 관련 요구들도 수용했다. 대미 섬유수출액의 절반 이상 품목에 대한 관세가 없어진 섬유도 원산지 기준이 완화된 품목은 당초 우리 측 요구에 훨씬 못 미치는 5가지에 불과해 잘했다고 평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섬유는 우리 측 요구가 막판까지 수용되지 않아 전체 협상 타결을 위해 희생된 측면도 있다는 게 협상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개성공단 문제를 추후 협의하기로 한 것이나 스크린쿼터 축소 등 4대 선결조건을 들어준 마당에 협상 중 쌀 지키기에 올인, 쌀을 예외로 한 것이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미측 반덤핑 제재 조치 완화는 우리 정부가 14가지를 요구했다 3가지를 겨우 얻어냈고 이마저도 임의사항이 많다. 미측이 요구조차 하지 않은 공공교육 및 의료 개방을 막았다는 것은 정부가 협상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초래하기도 했으며 쇠고기ㆍ오렌지 등 민감품목의 개방을 허용해 국내 농가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를 얻었다고 하는 것도 난센스라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정부 협상단 관계자들은 “우리가 이겼다고 선언하면 미국은 졌다는 얘기인데 적이 아닌 파트너를 향해 할 말이 아니다”며 “홍보처가 지나쳤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미측 협상단이 의회 등에서 곤욕을 치르면 예상치 않은 진흙탕 싸움마저 우려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입력시간 : 2007/04/0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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