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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어느 강남주부의 안타까운 사연

[목요일 아침에] 어느 강남주부의 안타까운 사연 김희중 논설위원 jjkim@sed.co.kr 서울 강남에 산다는 한 아주머니의 사연이 안타깝다. 50대 초반의 살림밖에 모르고 살았다는 주부가 전한 사연은 이렇다. “재작년 은행에서 1억5,000만원을 빌려 아파트를 40평형대로 넓혔다. 남편은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성실성만은 인정받아 정년까지는 무난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대출을 받았고 이자도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지난해에 대학을 졸업한 큰아들도 놀고는 있었지만 취직하려고 애를 쓰고 있어 걱정되지는 않았다. 정책오류로 서민 피해봐선 안돼 그런데 올초 남편이 갑자기 명예퇴직을 당하고 말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저축해둔 돈과 남편의 명퇴금을 조금씩 꺼내 반년 정도는 버텼다. 그러나 모아둔 돈이 바닥나자 은행 이자가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남편의 피땀이 서린 명퇴금으로 대출금을 갚았다. 약정일보다 먼저 갚으니 은행에서는 위약금으로 100여만원을 더 내라고 했다. 예전과 같지 않아 지금은 100만원도 피처럼 느껴진다. 이제나저제나 취직이 될 것으로 기다리던 큰아이는 불황 탓인지 아직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눈높이를 낮추라고 채근하지만 아들 녀석은 눈을 낮추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한다. 올봄에 졸업한 둘째도 아르바이트로 용돈벌이는 하고 있지만 제 한몸 건사하기도 버겁다. 더 큰 걱정은 지금부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몇 십만원이던 재산세가 올해는 몇 백만원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집값이 올랐으니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너무 터무니없이 올랐고 더 이상 돈을 마련할 구멍도 없다. 결국은 집을 파는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양도세가 너무 많아 팔기도 아깝다. 또 팔고 나면 그 돈으로는 이 정도 크기의 집을 살 수도 없다. 강북이나 수도권으로 나가면 된다지만 우리 부부가 평생 뼈 빠지게 모아 장만한 집에서 쫓겨날 수야 없는 일 아닌가. 세금을 못 내 빨간딱지가 붙지나 않을까 요즘에는 잠도 오지 않는다.” 그 50대 주부는 투기해서 재산을 모았으면 억울하지나 않겠다고 했다. 남편 직장이 강남 쪽이다 보니 이곳에서 거의 반평생을 살았고 자식들이 장가들어 며느리 볼 나이가 돼서 집을 좀 늘리는가 싶었는데 남편은 명퇴당하고, 자식들은 거의 백수로 지내고, 세금 폭탄까지 맞게 됐으니 속된 말로 미쳐버릴 지경이라고 했다. 재산세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은 비단 이 아주머니만 아니다. 생애 최초 주택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 식구가 많아 큰 집에 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노후 대책으로 집 한채를 더 마련해 세를 내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 평생을 평범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이 단지 사는 집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세금 폭탄을 맞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잘못된 정책으로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뿌리뽑겠다는 무모한 실험은 중단돼야 한다. 정부는 이제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바꾸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5ㆍ31지방선거에서 민의가 심판하지 않았는가. 사랑과 포용 우선하는 정책을 오해가 있을까 싶어 덧붙이지만 필자는 고가 주택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북의 아파트에 산다. 세금을 조금 더 내도 좋으니 우리집값이 조금 더 올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러나 집값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애꿎은 사람들이 세금폭탄을 맞는 일에 대해서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 미움과 편견은 그냥 놔두면 자꾸 커지고 결국에는 원한과 오해로 굳어진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감정은 미움의 차원을 떠났다. 정부 정책은 미움과 편견보다는 사랑과 포용이 우선돼야 한다. 평범하게 살아왔다는 강남의 그 50대 주부가 세금 때문에 평생 동안 힘들여 장만한 집을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입력시간 : 2006/07/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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