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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입국 다시 불 지피자] <3부> 과학강국 코리아의 조건 4. 벤처 생태계 바꿔라

기초과학-경제 부가가치 잇는 징검다리 '기술벤처' 키워야<br>엔티리서치, 수년간 KIST·병원등과 협력 개발<br>로봇공학·해부학 접목 '입는 로봇' 상용화 앞둬<br>구글·애플도 벤처와 협력 비즈 모델 창출 잇달아

로봇공학에 의과학 등 다양한 기초과학이 결합돼 탄생한 엔티리서치의 입는 로봇. /사진제공=엔티리서치

엔티리서치는 인체공학·의과학 등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로봇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영화·충돌실험의 대역모델인 휴머노이드와 인간의 손을 모방한 손 로봇, 연구·교육용 로봇인 나오 등이 대표적인 로봇들이다. /사진제공=엔티리서치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엔티리서치 본사. 제조업체 본사라기보다는 과학 전시장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인간 형태의 휴머노이드부터 수술용 의료로봇, 외관검사용 로봇 등 각종 로봇이 늘어서 있다. 연구원들이 분주히 여러 기기 사이를 오가는 가운데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갑옷을 연상시키는 로봇이 눈에 띈다. 엔티리서치의 야심작인 '입는 로봇(Wearable Robot)'이다. 김경환 사장은 "지난 2001년부터 뛰어들어 10년에 걸쳐 4차 모델까지 개발이 완료된 상태"라고 소개했다. 입는 로봇은 말 그대로 사람이 직접 착용하고 움직이면 센서가 사람의 '움직이는 의도'를 감지해 원하는 방향으로 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로봇이다. 최대 80㎏까지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 움직이기 힘든 이들의 움직임을 보조해준다. 입는 로봇은 각종 산업현장은 물론 국방ㆍ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각광 받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상용화 단계에 이른 업체는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일본의 사이버다임 등 두 곳에 불과하다. 엔티리서치는 국내 몇몇 대기업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수준에 달한 만큼 상용화할 경우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엔티리서치의 입는 로봇은 로봇공학을 포함한 다양한 기초 과학을 접목하는 시도와 노력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기존 로봇의 경우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인간의 몸을 배려할 필요가 없었지만 입는 로봇은 직접 착용을 하는 만큼 어깨나 팔ㆍ허리ㆍ팔꿈치 등 인체 각 부위의 움직임 범위와 각도, 힘 등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원하는 방향으로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 움직임 의도를 읽는 로봇공학에서는 생소한 의과학 영역도 필요했다. 김 사장은 "움직임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소뇌의 역할로 소프트웨어 등 공학으로는 이룰 수 없는 과학 영역"이라며 "프로젝트에 투입된 설계 및 제어, 소프트웨어 분야 등 30여명의 연구원들이 따로 움직임 해부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병행 연구해야 했다"고 말했다. 움직임 해부학 및 뇌 과학 등 기초과학을 로봇공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고부가가치 로봇이 탄생한 셈이다. 엔티리서치는 기초과학과의 연계를 위해 활발한 외부 개발활동을 진행했다. 2006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의과학ㆍ의료 분야에서 협력 개발을 진행하는 한편 서울대병원ㆍ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의 의사 5명에게 자문료를 지불하며 개발자문을 얻기도 했다. KIST 로봇 연구원 출신인 김 사장은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술벤처가 기초과학이 경제적 부가가치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엔티리서치의 성공 배경에는 대기업도 부러워하는 독특한 연구개발(R&D) 운영시스템이 있다. 엔티리서치의 아침 업무는 '엔티리뷰'이라고 불리는 브리핑으로 시작된다. 매일 R&D 인력 두 명이 각자 담당하는 R&D 과제를 주제로 10~20분간 다른 직원들에게 설명한다. R&D 인력은 매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자체 서버에 보고하고 모든 직원들이 열람하도록 한다. 매주 초에는 주간업무 보고를 공유하고 주간업무가 종료될 때는 일주일간의 연구과제 해결내용을 간단한 논문 형식으로 서버에 구축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R&D 과제를 공유함으로써 R&D 방향과 방법을 조율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과제진행 및 해결과정도 하루 단위로 회사 서버에 자동 저장된다. 담당자 개인의 기억에 의존하기 쉬운 개발 노하우를 기록된 형태로 DB화하기 위해서다. 각 연구과제는 작업 단위별로 보고돼 노하우를 이중 축적하도록 했다. 다른 개발자가 습득한 과학적 지식과 공학적 노하우를 이해해 서로 소모적인 업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R&D의 핵심은 결국 제3자에게 결과를 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기업현장에서는 얼마나 많이 과학적 지식을 쌓느냐 뿐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산업적 성과는 극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중소기업에 R&D는 양날의 칼이다. 기술개발을 해놓고 막상 상용화하려고 하면 R&D 인력이 대기업으로 빠져나가며 이제까지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기술개발을 포기할 수는 없다. 미래 산업 영역에서는 기술벤처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중소 벤처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수많은 1인 창조기업과 벤처와의 협력을 통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스마트 모바일 시대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개인과 벤처기업들이 생태계의 중심축이며 일자리 창출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기초과학의 아이디어가 기술벤처와 결합되고 다시 대기업으로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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