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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디폴트에도 속락하는 금값… 미국 금리인상에 물어봐?

대표적 안전자산 불구 국지적 수요 외 투자 외면

시장보다 연준정책이 좌우 "1000弗 붕괴할수도"


그리스의 기술적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와 '미국판 그리스'로 전락한 푸에르토리코의 부도 위기 등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시장이 불안할 때면 어김없이 들썩이는 금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리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 투자자들은 은행 예금에 대한 불안감이 현실화하자 금 자산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하지만 국지적 투자 수요를 제외하면 금 가격은 최근의 그리스 사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스 변수를 상쇄시키며 금 가격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미국 금리 인상 변수에 따른 달러화 강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려 현재 온스당 1,17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는 금 가격이 1,0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 사태에 금으로 눈 돌리는 유럽 투자자들= 최근 금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유럽의 투자자들이다. 영국 조폐국에 따르면 지난달 그리스에서 팔린 금 주화는 이전 5개월 평균치의 두 배로 치솟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전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금 매입은 눈에 띄게 늘었다.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의 협상이 중단되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민투표 실행 방침을 발표한 지난 27일부터 이틀간의 주말 동안 금 주화 판매는 키프로스 정부가 자본 통제에 나섰던 지난 2013년 이래 최고에 달했다. 온라인으로 금화를 판매하는 프랑크푸르트 소재 코인인베스트닷컴의 대니얼 마버거 이사는 "대부분의 금 주화가 매진됐다"며 "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은 현금을 금으로 바꿔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은 그리스 사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미국에서도 일부 부각되고 있다. 미 조폐국에 따르면 6월 중 아메리칸 이글 금화는 1월 이래 가장 많은 6만1,500온스 어치가 팔렸다. 도매 귀금속 거래업체인 딜론 게이지 메탈의 테리 핸론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6월의 매매 수요가 전월대비 7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의 수요는 유럽, 특히 그리스를 필두로 재정의 부채 의존도가 높은 주변부 국가들에서 일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핸론 대표는 "금화나 금괴를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라는 변수보다는 아테네 시내의 은행 앞에 모여든 예금자들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보다 연준 정책이 금값 좌우…1,000달러 붕괴하나= 불안감에 휩싸인 유럽의 개인 투자자들이 금화나 골드바, 금괴 등을 사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금 가격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 현물가격은 현재 온스당 1,170달러대에 그쳐 1,300달러를 돌파했던 지난 1월의 연고점 대비 10% 가량 하락한 상태다. 파국으로 치닫는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금 가격이 마침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그리스가 사실상의 국가부도를 맞은 상황에서도 금값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이유, 즉 그리스 사태가 통제 가능한 선에서 전개될 것이라는 낙관과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에는 아직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빅토르 티안피리야 상품 전략가는 CNBC에 "(그리스에서) 불확실성이나 시장 리스크를 높이는 일이 앞으로 더 벌어진다면 금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제반 상황에 따라 하반기 금 가격이 온스당 1,300달러 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로 예고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둔화라는 구조적 이유를 이유로 당분간 금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는 최근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금 시세는 지난 4년간 조정을 받아 왔으며, 지금도 그렇다"며 "나는 지금 금을 사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1~2년 내에 금 매입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금 가격이 1,000달러를 밑돈다면 더 많은 금을 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000달러를 저점으로 보는 데 대해 "통상 조정기에는 가격이 50% 가량 하락하기 마련"이라며 "그만큼의 조정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금 값에는 거품이 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MC마켓의 릭 스푸너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도 "앞으로 6~18개월 이내에 1,000달러가 붕괴될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금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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