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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사상최대 3,486억유로 투입

"연말 자금시장 혼란 막자" 총력전<br>FRB도 고위험 모기지 대출 강력규제<br>전문가들 "너무 늦어 미봉책 그칠것"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신용위기 악화를 저지하기 위해 유례없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사상 최대 규모의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쏟아붓는가 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기관들의 고위험 모기지 대출 행위를 강력히 규제하는 고단위 처방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이 같은 조치가 “너무 때 늦은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태 악화를 지연시키는 미봉책이 될 것”이라며 쓴소리를 내고 있다. ECB는 18일(현지시간) 연말 자금시장의 대혼란을 막기 위해 총 3,486억유로(미화 약 5,017억달러)의 2주짜리 자금을 시장 평균보다 낮은 4.21%의 고정금리로 은행들에 제공했다. 이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사상 최대 규모이며 그간 전문가들이 예상해온 기대치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해 유로 표시 2주만기 리보금리가 4.25~4.30%까지 하락,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4%에 근접했다. 리보 2주물은 지난주 말 4.946%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시장관계자들은 이 같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대해 “지금 금융시장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며 “이는 문제 해결을 지연하는 조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럽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에 따른 부실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부실이 기대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조치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의회 증언에서 “은행들이 발생한 손실을 제대로 밝힐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세계 금융시장 혼란이 은행들이 부실 규모를 제대로 파악해 발표하기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현재 시장에는 유동성은 충분하지만 은행들이 추가 신용위기 발생 우려 속에 서로 자금을 내놓지 않고 있어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FRB도 같은 날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고위험 모기지 대출 행위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새로운 대책들을 발표했다. FRB가 내놓은 ‘주택 소유 및 재산보호법(HOEPA)에 기초한 모기지 대출 규제안’의 주요 내용은 ▦주택 가치 상승 외의 대출자 상환능력에 대한 평가 ▦검증되지 않은 대출신청자의 수입과 자산에 기초한 모기지 대출 금지 ▦소비자들이 미리 동의한 수준 이상의 모기지 대출 브로커에 대한 수수료 지급 금지 등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의회 제안에 앞서 “불공정한 대출 행위가 차입자와 그 가족뿐 아니라 전체 공동체, 그리고 실제로 경제 전체를 훼손하고 있다”며 “금융기관들 사이에 관행화된 선취수수료 적용, 만기 전 상환에 대한 페널티 부과, 부실자료 대출 등은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FRB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FRB의 대책은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출자들에게는 별 소용이 없으며 앞으로 추가적인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날 일부 의원들은 “이번 조치는 결국 FRB가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것을 막지 못한, 즉 시장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방증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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