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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동극장 '배비장전' 중국인 무용수 야오장

"靜中動 춤사위에 빠져 홀로 한국행

부모님께 꼭 공연 보여드리고 싶어"


지난 10일 전통극 '배비장전' 공연이 한창인 서울 중구의 정동극장. 전통 악기가 빚어내는 신명 나는 장단 속에 배우들의 화려한 몸짓과 익살스러운 연기가 무대를 수놓았다.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몸놀림이 선사하는 그림 같은 장면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객석의 외국인이 힘찬 박수를 보내는 동안 무대 위엔 남다른 기분으로 공연에 임하는 또 다른 외국인이 있다. 한국 전통 무용을 제대로 배워 보겠다며 3년 전 이국땅을 밟은 중국인 무용수 야오장(姚江·30·사진)이다.

"한국 춤 특유의 정중동(靜中動)에서 묘한 매력이 느껴졌어요." 중국에서 소수민족 무용을 전공하던 그는 3년 전 한국 무용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혈혈단신 한국으로 와 경희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한국 무용엔 멈춰있는 듯하면서도 세밀하게 움직이는 정중동의 미(美)가 있다고들 하잖아요. 제가 처음 한국 무용을 봤을 때 그랬어요. 말로 설명 못 할 강한 기(氣)를 느꼈다고 할까요?"

'춤 바람'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정동극장의 오디션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정동극장은 전통 상설 공연을 펼치는 몇 안 되는 국공립단체 중 한 곳으로, 그동안 '더 자주 무대에 오르고 싶다'던 야오장에겐 꼭 잡아야 할 기회였다. 간절한 마음으로 지난해 12월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결과는 쓰디쓴 낙방이었다.

"다른 분들은 무용에 앞서 북이나 장구 같은 타악기를 연주했는데, 저는 중국 무술을 선보였거든요. 춤을 출 때 호흡이 많이 딸리더라고요(웃음). 익숙하지 않은 극장 무대에서 바로 춤추기도 쉽지 않았고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절치부심하던 어느 날, 두 번째 기회가 왔다. 앙상블 결원으로 인한 추가 오디션이었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지난번 그 외국인이 또 왔다'는 점에 한 번 놀라고, 눈에 띄게 높아진 춤의 완성도에 또 한 번 놀랐다고. 심사위원을 사로잡은 그는 정동극장 상설공연 '배비장전'에서 양반·말·뱃사공 등 6개 배역을 소화하는 앙상블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무용 특유의 호흡법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그는 "중국 고전 무용은 숨을 밖으로 펼쳐내는 것이라면, 한국은 안에서 모아주는 식"이라며 "같은 동작도 호흡 때문에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무대에 선 청년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최고의 한국무용가가 되는 게 꿈이다. 그저 "춤을 잘 추고 싶다"는 그는 "큰 욕심일 수 있겠지만, 내가 한국사람에게 한국 무용을 가르칠 수 있을 만큼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무대에 서고 싶다"고 밝혔다. 언젠간 '요가람'(야오장의 한국 이름으로 성에 '강'의 순우리말인 '가람'을 붙였다)이란 이름을 걸고 한국에서 개인 공연을 펼치는 날도 늘 마음에 그리고 있다.

큰 꿈에 앞서 그가 하루빨리 이루고 싶은 바람은 '특별한 관객'을 위한 무대다. "정동극장에 오는 관객의 상당수가 중국인인데, 정작 중국에 사는 저희 부모님은 아직 한 번도 제 공연을 와서 보지 못했어요. 두 분께 무대 위 제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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