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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칭기즈칸과 대기업 경영승계

요즘 국제연합(UN) 주재 한국대표부 직원들은 칭기즈칸에 푹 빠져 있다. 미국 미네소타 매칼레스터대학의 잭 웨더포드 인류학 교수가 8년 동안 몽골을 샅샅이 뒤지면서 칭기즈칸의 파란만장했던 일생과 리더십 철학을 날카롭게 분석한 ‘칭기즈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라는 책이 UN 대표부 직원들의 책상에 하나씩 놓여 있다. 이 책을 보면 칭기즈칸은 지도자의 첫번째 덕목으로 자기 절제를 꼽고 있다. “자만심을 삼키지 못하면 남을 이끌 수 없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말로 자식들에게 절제를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칭기즈칸은 또 지도자는 모름지기 비전을 가지고 백성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자는 국민들이 행복하기 전까지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지도자는 구체적인 비전과 목표, 계획 없이는 자신의 삶조차 감당해내기 힘들며 백성들의 삶을 책임질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칭기즈칸과 몽골 군대는 25년 만에 로마 군대가 400년 동안 정복한 것보다 더 많은 땅과 사람을 정복했다. 오늘날 세계지도상에서 30개국 이상, 30억명이 넘는 인구가 몽골이 점령했던 땅에서 살고 있다.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천하를 호령했던 위대한 인물은 ‘자기 절제’와 ‘백성을 위한 정치’를 최고 지도자의 덕목으로 삼았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대기업 총수들의 자식에 대한 경영권 승계 문제를 놓고 말들이 많다. 변칙 증자와 세금 탈루 등 탈법적인 방법으로 별다른 제재 없이 승계가 이뤄진 경우가 많았는데 정부가 이러한 관행에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가 대주주인 이명희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1조원 규모의 세금을 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상속을 받을 경우 이에 따른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뉴스가 되는 현실이 우스꽝스럽다. 대기업 총수들의 리더십 철학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꼼수를 노리거나 주주들을 무시했던 과거의 잘못된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오너가 편법을 동원해 마음대로 자식을 내세울 수 있다는, ‘자기 절제’와는 거리가 먼 오만은 없어져야 하며 ‘주주를 위한 가치 실현’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세계 영토를 정복했던 칭기즈칸이 세계 경영을 외치는 한국 대기업 총수에게 던져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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