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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여성 공무원들의 한숨과 여성 대통령

세종시 이전을 앞둔 정부부처 A여성 사무관은 요새 한숨만 나온다. 남편을 두고 홀로 떠날 생각도 해봤지만 아이가 눈에 밟히고 혼자 사는 것도 두렵다. 결국 생각해낸 것이 현재 서울에 있는 집을 경기 남부로 옮기는 것이다. 세종시와의 출퇴근 거리를 그나마 줄이기 위해서다.

결혼을 앞둔 B주무관도 비슷한 사정이다. 예비 신랑은 수도권을 떠날 수가 없는 직장에 다니는데 당장 다음달이면 세종시로 출근해야 한다. 당분간 시부모도 모셔야 해서 서울에서 출퇴근을 계획하고 있지만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다음달부터 정부부처들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여성 공무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남성 공무원들은 혼자 내려가겠다는 비중이 이미 절반을 훌쩍 넘는다. 대부분이 세종시 근처 원룸에서 혼자 살거나 아파트 전세를 공동으로 빌리는 식으로 홀가분하게 이주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성 공무원 가운데는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젊은 여성 사무관이 세종시 내 아파트에서 혼자 살기로 했다는 사실이 관가에서 화제가 될 정도다.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이 역시 신청하는 대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각종 이주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여성 공무원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러다 보니 벌써부터 다른 직장을 찾아보는 여성 공무원도 부쩍 늘고 있다. 행시 출신의 한 여성 사무관은 "어렵게 시험을 쳐서 공무원이 됐지만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3년 내 정부부처 내 우수 여성 인력들의 이탈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일과 가정의 양립'등 여성 정책이 화두다. 대선 후보 저마다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심하고 심지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여성 대통령까지 표방했다. 하지만 당장 급한 '세종 여성'을 위한 진지한 고민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대선 후보들이 지금이라도 세종시에 한번 내려가보기를 바란다. 그들을 핵심에서 보좌할 공무원들이 터를 잡을 곳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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