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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월 16일] 불법에 무감각한 사법연수원
입력2009-01-15 18:54:52
수정
2009.01.15 18:54:52
김홍길 기자
[기자의 눈/1월 16일] 불법에 무감각한 사법연수원
사회부 김홍길기자 what@sed.co.kr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매년 1,000여명씩 쏟아지면서 사법연수원 내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 연수원 성적에 따라 판ㆍ검사 임관은 물론 대우가 좋은 법무법인(로펌)이나 기업을 골라 갈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행복은 곧 성적순이다.
물론 이런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1,000명 중 성적순위 250위 안에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선택권은 잘 주어지지도 않고 ‘면접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때문에 커트라인에 들기 위한 연수원 동기들 간의 생존경쟁은 치열 그 이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불황 여파로 로펌이나 기업의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경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사법연수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집안일로 3~4일씩 결석한 동기에게 필기노트도 안 빌려주는 게 요즘 인심”이라며 크게 개탄했다. 과거 강조됐던 법조인으로서의 품성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성적만능주의만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수원 역사상 처음으로 4.3 만점을 받은 연수생이 불법인지 알면서도 사설학원에서 몰래 강의를 하다 적발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연수생들이 생존경쟁에 내몰리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등 불법에 무감각해지는 상황을 연수원 측이 자초해 이 꼴이 됐다는 점이다. 연수생들의 불법사실을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적발돼도 그때뿐’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이번에도 사법연수원은 여전히 성적조작 연수생에게 최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수생들의 불법에 대한 무감각은 사법연수원이 법조인으로서 품성을 우선 기르기보다 로펌이나 기업에 취직해 바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강조하는 ‘맞춤형 커리큘럼’을 잇따라 도입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을 목숨처럼 지켜야 할 연수생들이 불법에 무감해지고 있는 것도 개탄할 일이지만 이를 방치해온 사법연수원 측의 무사안일주의는 불법에 무감각한 연수생들을 양산할 위험마저 안고 있다. 로스쿨 시행 이후에도 법조인을 교육할 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사법연수원을 대대적으로 수술하든지, 아니면 법조계가 머리를 맞대고 영역다툼이 아닌 진정한 법조인을 길러내는 교육기관을 설립하든지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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