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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금융의 판이 바뀐다 <4> 카드, 신뢰의 탑 쌓아라

정보유출·M&A로 시장 격변 … 빅데이터·해외서 먹거리 찾아야

하나SK-외환 합병·우리카드 매각 '태풍의 눈'

수수료 논란·구멍뚫린 보안 등 부정 이미지 탈피

신용판매 출혈경쟁 지양·질적성장 토대 마련을


카드업계는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어느 금융권역보다 부침이 심한 곳이다. 지난 2003년 카드대란 때는 가계부채의 원흉으로 지목됐고 2012년 이후 전개된 수수료 체계 개편 흐름에서는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의 원조 격으로 매도됐다. 올해는 새해 벽두부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한복판에 섰다. 파장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사실상 전 국민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카드런(신용카드 해지 및 갈아타기)'과 함께 2차 피해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카드업계가 쌓아온 '신뢰'의 정도가 현실에서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카드업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오명의 역사를 반드시 끊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성장공식을 만들라는 얘기다.

올해 카드업계는 또 다른 형태의 시장구조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당장 상반기에는 외환·하나SK카드 간 합병이 예정돼 있고 시장점유율 8%대의 우리카드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와 있다. 카드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은 카드산업에 대한 정의를 새로 내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의 위기"라며 "기존의 신용판매·카드대출 위주의 경영전략을 탈피하고 새로운 도전을 통한 신규 수익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드산업, 신뢰회복 절실=카드업계를 둘러싼 파열음은 최근 3~4년 동안 수수료 체계 논란, 개인정보 유출, 가계대출 장사 등을 통해 쉴 새 없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폐해는 압축성장이 불러온 당연한 폐단이라고 평가한다.

한 카드사 고위임원은 "카드산업은 경기부양, 세원 투명화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동원된 역사를 가진 시장"이라면서 "시장 논리보다 정권의 입맛에 길들여진 시장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산업이 태생부터 잘못됐음을 시인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 틀을 벗어난 새로운 성장공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신뢰회복을 통해 카드업계를 향한 세간의 부정적 시선을 뜯어고쳐야만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경영자의 단임으로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지침을 낳고 이는 결국 출혈경쟁을 일으켜 여기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소비자 피해로 전이된다"면서 "카드업계 하면 신뢰보다 경쟁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을 이해하는 틀이 기존의 '얼마만큼, 빨리' 성장하느냐에서 '어떻게' 성장하느냐로 변하고 있는 점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이익은 생길 수 없다"면서 "신뢰회복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지형도 변화 소용돌이=카드업계는 올해 주목할 카드사로 하나SK·우리카드 등을 꼽고 있다. 하나SK카드는 외환카드와 3·4분기께 합병을 앞두고 있으며 우리카드는 은행과 함께 매각이 예정돼 있다. 카드산업 판도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얘기다.

하나SK카드는 외환카드와의 합병을 통해 약 7%의 점유율을 확보하게 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게 된다는 게 카드업계의 시각이다. 우리카드도 여러 변수는 있지만 KB금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될 경우 KB국민카드에 흡수되며 업계 선두권으로 단박에 뛰어오르게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간 주목 받지 못했던 두 카드사가 새롭게 재조명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NH농협카드까지 분사되면 기존의 '1강(신한)-3중(삼성·현대·국민)-3약(롯데·우리·하나SK)' 에서 '2강(신한·국민)-2중(삼성·현대)-3약(롯데·하나SK·농협)' 체제가 된다. 시장구도의 변화로 플레이어들의 영업전략 수정도 불가피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어렵더라도 가야 할 길, 신시장 개척=카드산업에서 신시장 개척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고 있다. 신용판매·카드대출로 벌어들이는 단순 수익사업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카드 승인금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4.2%)은 최근 분기 평균 성장률(4.8%)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내림세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카드업계의 수익을 2012년보다 약 25% 정도 고꾸라진 1조원 안팎으로 예측하고 있다. 카드결제 시장 확대가 더 이상 순이익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시장 확보의 우선은 해외시장 개척.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과 현지 한국 기업인·교포 등을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신한카드는 은행의 해외진출 전략에 맞춰 동남아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인수 승인이 확정되면서 현지 시장에서 우리카드와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BC카드는 은행의 도움 없이 이미 2011년 인도네시아 만드리은행의 프로세싱 사업을 검토했다.

빅데이터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까지 빅데이터 활용은 카드고객들의 소비성향을 분석해 하나의 가십 자료를 생성하는 데 그쳤다. 미국 록랜드트러스트은행에서는 고객의 직불카드 거래를 분석해 고객 서비스 대응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영유아 관련 쇼핑이 많은 고객은 단기간 내 출산 가능성이 높은 것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짜는 식이다.

카드사의 한 임원은 "한국에서 빅데이터 컨설팅 자료를 제공하는 곳은 OK캐쉬백을 가진 SK플래닛 정도"라면서 "카드사들이 앞으로 정보가공능력을 갖춰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에 유의미한 정보를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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