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프로젝트금융(PF) 분야에 몸담으며 관련 상품 시장을 개척한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실물 부동산 등 신규 시장에 진출해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한국투자증권에 증권업계 불황은 남 얘기로 들린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순이익 업계 1위를 달성한 한투증권은 올해도 주요 사업 분야의 활약에 힘입어 3년 연속 업계 1위가 확정적이다.
한투증권의 승승장구를 이끄는 힘의 중심에는 김성환(44ㆍ사진) 한투증권 PF 본부장이 있다. PF란 아파트나 상가ㆍ공단ㆍ산업단지 등을 개발할 때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시행사에 조달해주고 그 대가로 이자와 원금을 받는 것을 말한다. 1994년 교보생명에서 근무할 때부터 PF에 몸담았던 김 본부장은 한투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 증권사 최초로 PF 전담 부서를 설립, 탁월한 영업력과 맞춤형 상품 개발 등을 통해 한투증권의 실적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실제 한투증권 PF 본부가 올해 회계연도 반기(4~9월)에 벌어들인 영업수익은 260억원으로 이는 한투증권 전체 수익의 20%에 해당한다.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김 본부장은 "업계 최초로 부동산 PF를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개발해 시행사들이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연간 6조~7조원 내외의 부동산금융 주관을 통해 증권업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김 본부장은 주력 사업이던 부동산 PF를 탈피, 은행과 보험사들의 텃밭이던 SOC 시장에 진출해 블루오션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일찌감치 SOC 사업에 특화하기 위해 PF 본부 내 인프라 전담 금융부서를 설립했다. 이는 곧 신규 수주로 이어졌다. 한투증권은 올 5월 920억원 규모의 육군 양평ㆍ광주ㆍ하남 관사 및 간부숙소 민간투자시설사업(BTL)에 금융주관사로 선정됐으며 앞으로 총 2,445억원 규모의 5개 병영생활시설 BTL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특히 증권사 중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자금을 집행한 점은 업계에서 화제가 될 정도였다. 한투증권은 6월 총사업비 275억원, 10㎿ 규모의 양산풍력발전사업 PF에 성공했다. 김 본부장은 "증권사는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신속하게 SOC 분야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은행과 보험이 독점하던 SOC 장벽을 넘어설 때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SOC를 기초로 한 ABS나 ABCP는 대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에 상품 개발이 활성화된다면 일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까지 개인투자자들이 SOC에 투자하는 직접금융상품에 접근하기는 어렵다"며 "SOC금융이 활성화된다면 증권사 리테일 고객에게도 관련 금융상품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실물 부동산 시장에도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주택 시장 축소로 오피스 위주의 실물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주도하는 실물 부동산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 한투증권은 올해 광화문 트윈트리타워 매각의 에쿼티(지분) 매입확약사(1,835억원 규모)로 선정돼 매각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거래를 통해 한투증권은 약 40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한투증권은 최근 강원도가 추진하는 블록 완구 '레고'를 주제로 한 테마마크 '레고랜드 코리아'의 출자사로 참여하는 등 지자체 중심의 PF에서도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최근 증권업계는 증시 거래대금 급감과 수수료 인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한투증권의 PF 본부가 신규 비즈니스를 적극 발굴해 증권사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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