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하귀의 흑이 희생되긴 했지만 구리는 중원에 어마어마하게 큰 집을 마련했다. 최철한이 끝내기에서 공연한 욕심을 부리다가 역전을 허용한 것이었다. 검토실에서는 최철한의 패배를 기정 사실로 보고 더 이상 검토에 열을 올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서봉수 9단은 바둑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참고도1의 흑1이 구리의 실수라는 것은 앞에서 말한 바 있다. 그 수로는 A의 자리에 두는 것이 끝내기로 2집쯤 이득이다. 미세한 바둑 같았으면 이 차이는 결정적인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바둑은 흑이 덤을 내고도 3집 반쯤은 족히 이기는 형세이므로 구리의 그 실수는 잊혀져도 괜찮은 사소한 것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서봉수는 그 부분에서 계속 눈을 떼지 못했다. “뭘 그렇게 유심히 들여다보세요?” 목진석이 묻자 빙긋 웃으며 서봉수가 대답했다. “내 경험으로는 말이야. 이런 실수가 나중에 꼭 말을 하더라구. 승부의 신은 용서가 없어요. 실수의 책임을 꼭 추궁한다니까.” 서봉수의 이 예언은 사실로 나타났다. 구리가 반상 최대의 끝내기라고 철석같이 믿고 둔 흑109가 문제였다. 이 수로는 참고도2의 흑1로 꼬부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만약 백이 2로 흑 한 점을 잡으면 3이 선수가 되므로 흑5 한 수에 우변 백대마가 사망이다. 실전은 110이 멋진 끝내기가 되었고 결과는 기적 같은 백의 반집승이었다. 214수이하줄임 백반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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