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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안양옥 교원단체총연합회장

교육 중립성 지키려면 잘못된 교육감 선출제 바로잡아야<br>임명제가 바람직하지만 우선은 완전공영 선거 실시를<br>전문성 보장되도록 후보자 교육경력 조항 유지 필요<br>시간선택제 교사 도입 땐 전체 교원 교육열 약화 우려



임명제가 바람직하지만 우선은 완전공영 선거 실시를

전문성 보장되도록 후보자 교육경력 조항 유지 필요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 땐 전체 교원 교육열 약화 우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헌법으로 보장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외국은 법률에만 그걸 명시하고 있죠.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교육의 정치 종속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교육감 선출제도가 임명제에서 간선제로, 다시 직선제로 바뀌면서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교육의 정치 종속화를 막으려면 잘못된 교육감 선출제도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진두지휘하는 안양옥(사진) 교총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교총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교육감을 선거를 통해 뽑으면 아무래도 교육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보다 정치지향적인 인사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최근 산더미처럼 쌓인 교육계 현안을 해결하느라 연일 강행군을 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기찬 목소리로 교육감 선출제도의 문제점부터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교육감 선출을 직선제 선거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교육감 선출제도는 1990년 이전까지 임명제였다가 1991년 간선제로 바뀌었고 2007년 지금의 직선제로 전환됐죠. 핵심 분기점은 1987년 민주화 선언이었습니다. 그 시점 이후 교육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마치 선거만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양 여겨지면서 법률개정 작업이 이뤄졌죠. 그러다 보니 오히려 헌법적 가치가 무력화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헌법이 보장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세 가지 가치는 바로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라고 강조했다.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중립성을 보장하는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지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의원을 없애고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이 교육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자주성에 위배됩니다.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감 선거제도 때문에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죠. 우리는 선거를 통해 이른바 '정치 교육감'이 탄생하는 것을 여러 차례 봐왔습니다. 여기에다 오는 6월 5년의 교육경력을 갖춘 사람만 교육감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한 조항마저 일몰로 삭제되면 전문성도 포기한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안 회장은 교육의 전문성이 보장되려면 교육감 후보의 교육경력 조항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경력 조항이 없어진다는 건 바꿔 얘기하면 어떤 사람도 교육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이치라면 검찰총장도 일반국민이 될 수 있어야죠. 지금은 전문화 사회입니다. 교사를 아무나 할 수 없듯이 교육감도 아무나 돼서는 안 됩니다. 교육에 대한 생각을 모든 국민이 할 수 있는 것과 교육에 관한 행정을 누구나 해도 된다는 건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교육감 후보의 교육경력 기간을 20년에서 15년, 10년, 5년으로 줄여온 것부터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겁니다. 국회의원들은 선배들이 한 일이라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바로잡을 것은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죠."

그는 "헌법적 가치를 지킬 수 있게 되는 가장 적합한 대안은 교육감 선거의 임명제 전환"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지방 동시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여야 합의를 통한 교육감 선출제도 변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교육감 선거를 완전공영제로 치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힘줘 말했다. "현재 교육감 선거 후보자는 국고보조 없이 막대한 선거비용을 스스로 마련해 선거를 치른 후 15% 이상 득표해야 비용이 보전됩니다. 국가에서 선거보조금을 받는 정당 소속으로 조직선거가 가능한 지자체장 후보와는 차원이 다르죠. 오랜 기간 교육계에만 종사하다 출마한 후보자가 어떻게 개인자금으로 광역단위의 선거운동을 전개하겠습니까. 후보자가 당선된 후 비리에 연루되거나 대가성 인사를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교육감 선거는 일반 정치 선거와 다른 성격이 있기 때문에 선거비용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부담하고 후보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벽보, TV토론회 등을 통해서만 선거운동을 진행하도록 하는 완전공영제로 바꿔야 합니다."

안 회장은 결국 교육감 선출제도를 임명제로 전환한다면 자치단체장이 우리나라 교육감에 해당하는 교육장을 임명하는 일본식 모델을 참조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임명제를 채택한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입니다. 시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죠. 시장은 교육의원으로 구성된 독립 교육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교육장을 임명합니다. 일본처럼 자치가 잘 보장된 교육위원회를 통해 교육감을 선출하면 시장이 임명하더라도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된 임명제가 되지요. 최근 일본 출장길에 현지에서 문부성 인사와 만났는데요. 한국은 교육감을 뽑을 때 선거를 한다고 했더니 고개를 갸웃하더군요."

교육감 선출제도에서 화제를 옮겨 우리 사회의 핫이슈로 부상한 역사교과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역사교과서 논쟁의 근원적 책임은 교육부에 있습니다. 교육부의 본질적 기능이 무엇인지를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과거 교육부의 본질적 기능은 교육하는 내용을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왜 가르칠 것이냐를 고민하고 정책을 폈죠. 교육내용을 가장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게 바로 교과서입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그걸 관리하는 기능을 국사편찬위원회·교육과정평가원 등 외부 기관으로 내보낸 거예요. 교육부는 속 빈 강정이 된 셈이죠. 그러고는 교육현장만 관리하는 조직이 돼버렸습니다."

안 회장은 이 사안의 해결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온 듯 구체적인 대안도 내놓았다. "늦었지만 교육부가 편수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방향을 잡은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 편제상 교육과정과라는 한 과 단위에서 40명 남짓한 인력으로 그 일을 한다는 건 무리입니다. 400명이라면 또 모를까요. 예전에는 편수실에서 그 일을 담당했죠. 교육과정평가원 등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독립된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른 위원회의 위원장은 대부분 장관급이죠. 국가교육과정위원회의 장도 최소 차관급 이상으로 구성해야 중차대한 업무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안 회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과 맞물려 진행되는 교육부의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에 대해서도 주저 없이 생각을 밝혔다. "대통령이 시간제 일자리라는 화두를 제시하니 모든 부처가 거기서 성과를 내려 해요.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경제 부문에서는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교육에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교원들이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갖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는 잘못하면 전체 교사들의 교육열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시간선택제 교사가 아니더라도 지금 있는 교과전담교사 같은 제도를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안 회장은 현 정부의 또 다른 핵심 추진사업인 자유학기제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대통령이 자유학기제를 높게 평가했고 정부도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요. 철학과 신념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로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꿈과 끼를 살리려면 근본적으로 입시제도를 손질해야 합니다. 대학입시인 수학능력시험을 기초학력평가로 전환하고 문제를 문제은행에서 출제하는 방식 등으로 해서 시험 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시간이 확보돼야 꿈과 끼도 발현될 수 있겠죠."

안 회장은 학기제가 진행되는 시기의 문제점과 학기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했다. "중학교 1~2학년 때는 굉장히 소중한 시기입니다. 학습이라는 건 꼭 그 시기에 이뤄져야 좋은 부분도 있습니다. 공교육은 기본적으로 구속적인 성격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점이 간과된 것도 문제입니다. 구속과 자유가 어우러져야 한다. 학생들이 체험활동과 사고활동을 병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죠. 역사교육을 예로 들어보죠. 고통스럽지만 그 개념을 함축적으로, 그리고 일정 부분 주입식으로 가르칠 필요도 있습니다. 기초기본교육은 언젠가 개인의 삶에 도움을 줄 것이고 국가경쟁력 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He is …

△1957년 전남 보성 △1979년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1985년 동 대학원 석사 △1981~1985년 서초중·동작중·수도여고 교사 △1989년~ 서울교대 교수 △199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초빙교수 △1998∼1999년 한국교원대 교환교수 △2001∼2003년 전국교육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2005~2007년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 △2007~2008년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2012∼2013년 국무총리실 교육개혁협의회 위원 △2010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제34·35대) △2012년~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대표 상임의장








꿈과 끼 살리기도 좋지만 인성·사회성이 먼저
무너진 교권 회복시켜야 바른 교육 가능해져


■ 안 회장의 교육철학

인성교육 전도사로도 잘 알려진 안양옥 회장은 인터뷰 도중 수차례나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인성을 기르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가 교육 부문에서도 지나치게 창의성을 강조하다 보니 사회성과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이 자칫 간과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꿈과 끼를 통해 개인의 성공을 도모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동료와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으면 과연 개인의 삶이 행복할까요. 인성과 사회성이 전제돼야 꿈과 끼도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은 최근 현장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바른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무너져가고 있는 교권이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보면 학부모들은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위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교사들이 학부모를 겁내 아이들을 제대로 계도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죠. 한 학급에 도저히 통제하기 힘든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그 학생을 바로잡지 않고 그냥 대안학교에 보내버리면 그는 앞으로 '인사이더'가 되기 힘듭니다. 그 학급 친구들은 어떤 측면에서 그 학생의 존재로 자기를 억제하는 훈련도 하는 셈인데 그 같은 교육기회 또한 사라지는 셈이죠."

안 회장은 지난 3년간 교총 회장을 지내면서 느꼈던 소회도 털어놓았다. 그는 회장 집무실 뒤편에 걸린 '웃는 회장이 되자'라는 글귀를 가리키며 "웃는 회장이 되자고 수차례 결심했지만 우리 교육현실을 생각하면 웃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저는 천성적으로 교사가 좋습니다. 교사를 생각하면 힘이 나죠. 그런데 막상 교사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서 몸은 힘들지만 국회나 정부를 한번이라도 더 찾아가려 애쓰고 있습니다. 교원이 교육개혁의 주체가 되게 하는 제2의 새교육개혁운동의 출발점도 어쩌면 여기에 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갈(Back To The Basic) 필요가 있습니다."

안 회장에게 포부를 물었다. "학부모와 교원의 신뢰회복에 앞장서겠습니다. 전교조가 좋은 일도 많이 했지만 일부 구성원들이 이념에 함몰돼 전체 교사를 비판받게 한 점도 있습니다. 또 개혁만 부르짖다 보니 학부모와 교원의 신뢰를 깨뜨린 측면도 있습니다. 현재의 선생님이 아닌 과거 선생님에게 마음의선물주기운동을 벌일 수도 있는 것을 촌지를 일절 금하며 마치 선생님들이 모두 촌지를 원하는 사람인 양 만들어버린 측면도 있습니다. 민관이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교총은 교육부와 상시적 네트워크를 조금씩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현장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안 되겠죠. 선생님을 대변하는 머슴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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