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한마디로 열정적이다. 뜨겁고 에너지가 넘치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험 욕구가 강하다. 어떤 책에서 그랬다. 사람은 성장을 멈추는 순간 그때부터 노화가 시작된다고. 하지만 김 사장에게서는 청년의 향기가 났다. 그는 자신의 삶과 함께 BMW코리아는 물론 한국의 수입차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그는 결코 삶의 노화를 허용하지 않을 것 같았다. 10일 논현동 BMW코리아 본사 15층에서 만난 김 사장은 "나는 일이 너무 좋다. 밤에 자면서도 내일 할 일을 생각하면 설렌다"고 말했다. 그가 그토록 일과 사랑에 빠진 덕분일까. 올 들어 BMW코리아는 한 달 평균 2,000대씩 팔아 치우며 4개월 연속 1위,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지난 5월 현재 23%로 압도적이다. BMW코리아가 사랑 받는 이유로 김 사장은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한국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드라이빙의 즐거움'이라는 BMW의 철학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5년 전만해도 한국 고객들이 차를 사는 기준은 가격에 국한됐었다"며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수입 브랜드가 경쟁력 있는 가격을 앞세운 모델들을 쏟아내면서 이제 운전자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과 어떤 모델이 맞는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내부의 '작은 CEO'들의 고민과 열정도 지금의 BMW코리아를 가능하게 했다. 그는 "리더는 조직의 틀을 바꾸는 사람이고 매니저는 기본적인 스킬을 가지고 예견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직원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창출해낼 만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권한을 위임 받은 직원들은 신속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고객과 딜러와 수월하게 소통했고 BMW코리아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2만대 판매를 돌파한 BMW코리아는 1~2년 내 3만대, 머지않은 미래에 연 5만대 판매를 내다보고 있다. 김 사장은 현재 점유율 7~8%에 달하는 수입차 시장도 조만간 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제 임기 중에 BMW코리아 5만대 판매 돌파를 지켜봤으면 합니다. 그 목표를 위해서 회사 조직도 5만대 판매를 기준으로 쇄신 중이지요." BMW코리아는 그렇게 10년 후 시장을 위한 준비작업에 일찌감치 착수했다. 현재 BMW 브랜드의 쇼룸은 30개, 미니가 5개에 달하며 7월에는 분당 쇼룸이 확대 이전된다. 또 일산 서비스 센터를 확충하기 위한 작업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수입차 업계 최대 규모의 평택 차량물류센터(VDC)를 오픈했다. 기존 인천 VDC에 비해 약 2배 이상 확장된 것으로 3만평 부지에 연면적 4,200평을 자랑한다. 시장의 성장세에 비춰보면 이도 부족하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1년 365일 자동차만을 생각할 것 같은 김 사장이지만 그는 사실 우연찮은 기회로 자동차업계에 몸담게 됐다. 신텍스라는 미국계 제약회사의 대표이사 부사장이던 1994년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우연히 헤드헌터로부터 곧 새로 출범할 BMW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인터뷰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하버드 경영학 박사와 스탠퍼드 MBA 출신의 유력한 후보자들 옆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 차원에서 인터뷰에 참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나 독일 본사 임원들의 예리한 눈은 그를 비켜가지 않았다. 1995년 3월 마지막 본사 인터뷰를 앞두고 자동차에 문외한이었던 김 사장은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관련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당시 한국에서는 자료가 없어서 일본 자료를 죄다 번역해 한국경제와 일본경제를 비교하면서 한국에서 BMW가 성공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 비행기에 올랐다"고 떠올렸다. 결국 그는 그렇게 15년 뒤 수입차 업계 1위에 오를 BMW코리아에 몸을 담게 됐다. 울고 웃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초창기에는 벤츠에 뒤진 '2등 차'라는 인식에 젖은 직원들을 설득시키는 게 일이었다.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자신감이 없으면서 어떻게 고객을 설득해서 팔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2등 차를 사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그는 독일 출장을 갈 때마다 벤츠ㆍBMWㆍ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죄다 빌려 아우토반에서 달리고 또 달렸다. BMW는 훌륭했고 결코 뒤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퍼포먼스가 뛰어났다. 그는 용인 스피드 웨이에 직원들을 소집했다. 수입차 15개 차종을 빌려 영업직원, 마케팅 담당자들을 마음껏 달리게 했다. "운전해본 직원들이 '이렇게 좋은 차를 못 팔면 우리 문제네요'라며 각오를 다지더군요." CFO로 출발한 그는 2000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본격적인 자동차 브랜드스터디는 사실 그때부터였다고 털어놓았다. 토요일마다 고객 300여명을 만났고 불평불만을 빼놓지 않고 메모했다. 그들은 서비스의 문제를 지적했고 값비싼 부품값과 불편한 AS에 대해 토로했다. "지금 만들어놓은 쇼룸ㆍ서비스센터ㆍVIP서비스 모두 고객들의 입에서 나온 요구 사안들을 실천적으로 옮긴 것뿐입니다." BMW코리아는 단지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에 그치지 않았다. 존경 받지 못하는 기업은 영속성을 보장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오랜 숙원이던 사회공헌재단 '미래재단'을 3월 출범시켰다. 수입차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또 달았다. "BMW코리아 고객들이 다양한 영역의 고급 인력들 아니겠습니까. 이들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체계적으로 묶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툴(tool)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로써 BMW코리아는 크게 환경 분야에서의 교육과 연구 지원, 글로벌 리더십 육성을 위한 한국과 유럽 교류 지원, 나눔의 문화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3일에는 환경부에서 정식 인가도 받았다. 김 사장은 잘 나가는 수입차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지만 몸담고 있는 조직의 진정한 가치를 전하기 위해 고민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려는 리더의 모습이 더 크게 보였다. 그에게 성공은 무엇일까.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자족감이 바로 성공"이라고 그가 말했다. 매일 성공을 느끼고, 매일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을 맞는다는 그와의 인터뷰를 끝냈을 때는 향기 나는 책 한 권과 감명 깊은 강의를 선물 받은 것 같았다.
|
■김효준 사장 하루 일과는 점심·저녁에도 고객들 만나 의견 청취, 능률協 교육프로등 통해 배움에 매진도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에게 취미는 일이다. 골프ㆍ드라이브 등 그럴싸한 취미를 대지 못해 미안한 듯 그는 말했다. "일이 너무 좋아요…." 일과 열애 중인 김 사장의 하루 일과는 오전5시 신문을 펼치면서 시작된다. 워킹데이 5일 중 4일은 보통 조찬 모임이 있다. 강의를 나가기도 하고 강의를 듣기도 하며 능률협회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움에 매진한다. 그는 특히 효율적인 시간관리가 되는 조찬 모임을 선호한다. 여기서는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논의할 수 있어서다. 오전8시부터 회사 업무를 시작하는 김 사장은 점심 때도 고객들을 많이 만난다. 딜러들의 소개를 받거나 BMW코리아와 인연을 맺게 된 고객들이 점심 약속을 많이 청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최근 알게 된 지인이 김기영 광운대 총장과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사장이다. 올해 만 74세인 김 총장이 미니 마니아라고 한다. 그만큼 BMW의 미니는 전영역의 나이를 아우르는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저녁에도 모임이 적어도 2개씩 있다. 물론 모두 잠재고객이거나 기존 고객들을 만나 BMW코리아의 서비스 개선점, 요구사항 등을 듣는다. 1주일에 한 번은 외부 강의가 있다. 프리미엄 마케팅, 브랜드 마케팅, 고객 지향적 서비스, 글로벌 리더십, 글로벌 경쟁력 등 화제도 다양하다. 삼성ㆍLGㆍ현대ㆍ한화ㆍ현대차그룹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 강단에서 수차례 섰다. 이렇게 그가 하루에 만나는 사람들만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에 달한다. 김 사장은 또 여느 최고경영자(CEO)들과 마찬가지로 책에서 지혜를 얻어낸다.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의 유작들을 즐겨 찾는데 마지막 작품인 '마지막 통찰'은 30번도 더 읽었다. 그는 "드러커의 책은 수시로 꺼내 읽는데 행간의 의미를 현재 내게 일어나는 비즈니스 사안과 비교했을 때 매번 새로운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지천명의 남성이 유독 시집을 좋아한다고 했을 때는 의외였다. 시는 간결하고 정제된 언어 속에서 전달하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시의 언어 뒤에 숨겨진 배경과 작가의 마음을 읽어 내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시인들의 문자 메시지가 최근 CEO들에게 필요한 것이랍니다. 소통이 중요한 이 시대에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훈련을 쌓는 데 시만큼 적절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김 사장은 시인 류시화가 풀어 놓는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좋아하는 사람, 인생과 일에 대한 사랑 등 사랑의 객체를 다양화시켜놓고 보면 마음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결국 그에게 시라는 것도 일에 대한 사랑의 발현이었다. |
■BMW 코리아는 올해로 한국 진출 16주년을 맞이한 BMW그룹코리아는 한국 수입차 시장의 산증인이다. 지난 2009년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입 자동차 판매 1위를 고수하며 지난해 2년 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을 석권했다. 올해 들어서도 매월 2,000대씩 팔아 치우는 추세로 보면 3년 연속 국내 수입차 왕좌 자리를 무난히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5월까지 BMW 브랜드 1만53대, MINI 브랜드 2,041대, 럭셔리카 롤스로이스 브랜드 12대를 포함, 총 1만2,106대를 판매해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갖췄다. 판매를 이끈 요인으로는 전통 베스트셀링 모델인 5시리즈가 단연 돋보인다. 뉴 5시리즈는 5월까지 총 5,415대가 팔려나가 BMW 전체 판매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BMW코리아는 이처럼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분석한 전략 모델과 신모델을 대거 출시하며 BMW의 리더십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X1을 출시해 프리미엄 콤팩트 자동차 시장을 새로 개척했는가 하면 전혀 새로운 장르인 BMW 그란투리스모를 선보였다. 액티브하이브리드 X6와 액티브하이브리드 7 등 BMW의 기술력이 결집된 모델들도 선보여 업계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단단히 했다. 올 들어서는 2월 뉴 X3를 선보였고 3월에는 MINI 최초의 4륜 구동 컨트리맨을 내놓았다. BMW코리아의 마케팅 기법은 다른 산업군에서도 벤치마크 대상이 될 만큼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프리미엄 마케팅은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2009년 BMW코리아는 뉴 5시리즈와 7시리즈 출시와 함께 고객과의 1대1 마케팅인 '클로즈드룸(Closed Room)'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최근 현대차가 제네시스 프라다를 출시하면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