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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취업난 한국, 구인난 일본
입력2007-05-17 16:39:06
수정
2007.05.17 16:39:06
올해 일본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96%를 넘어 지난 96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태백’이라는 말이 이제 별다른 설명 없이 통용될 정도인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부러움과 착잡함을 감출 수 없다.
일본 대학생들은 지금 취업에 관한 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대졸 예정자들은 보통 3~4개, 많게는 10여 개 기업에서 입사통지서를 받는다고 한다. 학생들은 어디로 갈 것인지 고르느라,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는 상황이다. 일자리가 넘쳐 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기업들의 인재 입도선매는 이제 3학년 학생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경제단체와 대학에서 기업들에 인력선점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나설 정도다. 갈 곳이 미리 정해지는 바람에 학업 소홀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의 구인난은 ‘단카이(團塊)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것도 한 원인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경제가 살아났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처음 20조 엔을 돌파했고 기업들의 매출과 경상이익도 5년째 최고치 행진을 할 만큼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상황이 좋아지면서 해외로 나갔던 공장들의 국내 U턴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정부의 규제완화도 한몫을 했다.
우리의 취업사정은 대조적이다. 입사 경쟁률은 100대1이 넘는 게 예사다. 오는 7월의 서울시 공무원시험에는 1,300여 명 모집에 무려 14만 명이 몰려 시험 당일 상경하려는 지방 응시자들로 KTX 표가 예매 2분 만에 입석까지 매진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청년들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들이다. 그런 그들이 일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위축돼가는 것은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사례는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 역시 경기회복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규제완화, 안정적 노사관계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통한 민간 부문의 투자 활성화가 긴요하다. 정책의 우선순위도 여기에 둬야 한다. 세계 증시 호조에 힘입어 뛰어오른 주가지수와 거시지표 뒤에 가려진 청년 실업자들의 고통을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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