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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외교 결례 양해 구하고 ‘메르스 民心’반영해 결정

방미 강행시 상황인식 부재 비판 우려…국회법 개정안·총리후보자·국가혁신 등 현안 해결하는 ‘반전카드’로 활용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 연기를 전격 결정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의미가 크지만 국가 재난상태에 버금가는 현시점에서는 '메르스 민심(民心)'을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정부 부처에 대한 불신,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원수가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상황인식 부재'로 오인될 수 있다는 부담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향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노동시장 개혁, 4대 부문 구조개혁,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굵직한 현안들이 국민들의 협조와 동의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만큼 국민 여론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가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미 정상외교보다 메르스 민심이 우선=지난 8일만 하더라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메르스 사태가 확산일로에 있고 여론도 악화되자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10일 "8일 이후 당초대로 진행하는 방안, 일정을 축소하는 방안, 연기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며 "결국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양해를 구하고 방미 자체를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일정 연기의 가장 큰 요인은 '민심'이었다. 정부의 초동대처 미흡과 컨트롤타워 부재를 우려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민심을 거역하면서 방미를 강행할 경우 민심이반이 가져오는 역효과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순방을 연기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53.2%로 예정대로 순방을 가야 한다는 응답자(39.2%)를 크게 상회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국민 여론을 반영해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는 현실 여건도 반영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번주부터 메르스 확산세가 진정 기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10일에도 확진 환자가 13명 발생하는 등 지난달 10일 첫 환자가 나온 후 확진 환자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6박9일간의 방미 기간 중 청와대의 기대와 달리 메르스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면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쏟아질 '정치적 화살'로 향후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세에 몰린 국정운영, '반전 카드'=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결정은 수세에 몰린 국정운영을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동맹 강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남중국해 문제 등 외교·안보 이슈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경제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었다.

미국 방문 4일 전에 연기를 결정하는 등 '외교 결례'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메르스 민심'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민심을 복원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회법 개정안,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을 놓고 여야가 날 선 공방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결정은 정부와 여당에 여론의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방미 연기로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해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풀어나가는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9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메르스 사태 대응과 함께 노동시장 개혁, 임금피크제 도입,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여야 및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경제현안 해결을 강조했다. 메르스 사태로 하락한 국정수행 지지도를 다시 끌어올려 국가 혁신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낼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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