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1월 27일] 은행 사외이사들이 해야할 일

새로운 은행권 사외이사제도 모범규준이 25일 발표됐다. 새 제도는 사외이사들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한편 사외이사들의 독단이나 경영진과의 유착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가 크게 강화되고 이해상충 금지조항도 구체화됐다. 발표는 은행연합회가 맡았지만 내용면에서는 지난 1997년 은행권에 처음 도입된 이래 10년을 조금 넘긴 현재의 은행권 사외이사제도가 경영감시라는 본래의 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정부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 대변·경영진 견제를 지난해 말 회장 선출을 둘러싼 KB금융과 감독당국의 갈등이 회장 내정자의 전격 사퇴로 마무리된 뒤라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분분하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의 제도 운영에 분명한 결함이 있고 새로운 모범규준이 이러한 결함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 기대를 걸어본다. 특히 기존의 은행권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정부의 불만이 상당한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모범규준은 비교적 절제된 내용으로 일부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관치금융으로의 회귀' 우려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민간기업의 경우 사외이사의 역할은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감시 이외에 경영진의 전문성을 보완하거나 정치적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등 매우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민간기업인 은행에 대해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이나 임기 등을 정부가 제한하는 것 자체가 관치금융이라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소유규제 때문에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국내은행의 경우에는 응집된 의사표출이 어려운 다수의 소액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감독하는 역할, 즉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하고 무능하거나 결함이 있는 경영진을 퇴출시키는 일이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은행의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적 자격요건이 돼야 한다. 경영진의 의사를 그대로 통과시키는 절대 복종형이나 경영진과 유착해 상호 자리보전에 급급한 철옹성형 사외이사제도 운영을 정상적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된 후 정부나 외국자본이 소유한 은행 외에는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자발적으로 이뤄진 예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국내 은행들에서 이러한 요건이 제대로 지켜진다고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회장 선출과정이 중단돼 경영공백이 발생한 KB금융,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원칙에 따라 회장의 거취가 영향을 받을 수 있게 된 신한ㆍ하나금융의 경우 불평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이들 은행이 사외이사제도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비판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는 은행권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크게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표적시비' 자초한 정부 아쉬워 개선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다 열린 자세로 임했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현재의 은행권 사외이사제도가 운영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개선안을 마련하는 작업만도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KB금융 일부 사외이사의 이해상충이나 다른 금융지주사 CEO들의 제왕적 지위 등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마련한 제도 개선안을 두고 특정 금융사나 특정인이 표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은 다분히 정부 스스로의 책임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