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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진지한 참여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

‘참여정부’라는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과거에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등 시대의 흐름을 집약한 좋은 이름이 많았지만 이번 것은 선진국 문턱에 선 현시점에서 우리가 취할 바를 꼭 집어 적시해주고 있어 더욱 좋다. 좋은 이름에 걸맞게 참여문화가 정착된다면 이제 살기 좋은 사회가 열릴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와 있다. 무관심은 죄악이고 참여는 희망이다. 어두운 길 모퉁이에서 린치를 당하고 있는 약자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면 비겁하다. 길거리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환자를 그대로 방치한 채 지나간다면 몹쓸 사람이다. 혼잡한 지하철에서 남의 호주머니에 손이 들어 가는 것을 그대로 보고만 있어서도 안된다. 길을 빠져나가기 위해 길게 늘어선 다른 차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쏜살같이 끼어드는 차량을 그냥 둔다고 너그러운 게 아니다. 앞뒤차 운전자들이 모두 내려서 한꺼번에 손가락질만 해줘도 이런 일은 재발하지 않는다. 길거리에 함부로 주차해서 수많은 다른 차의 통행을 방해하는 사람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차를 끌고 가게 해서는 안된다. 빨간 신호등인데도 유유히 길을 건너는 사람을 보고도 말 한마디하지 못하는 입은 입이 아니다.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면 그것을 주어서 버린 사람에게 조용히 돌려줘야 한다. 중인환시(衆人環視) 속에 낯이 뜨거울 정도로 진한 애무를 하는 철부지들을 보고서도 외면만 한다면 어른될 자격이 없다. 남의 일에 웬 간섭이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공동사회에서는 남의 일이 남의 일로 그치지 않고 나의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간섭을 하다가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 한다. 다수 대중이 함께 참여하게 되면 거역하기 어려운 큰 힘이 된다. 시민들의 참여의식이 발동만 해준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이 될까. 생각만 해도 신난다. 많은 시민단체에서 앞장서고 있지만 별로 진전이 없어 보인다. 많은 신도들이 모이는 교회나 절에서 ‘참여운동’에 앞장선다면 큰 효과가 있을 듯 싶은데 안타깝다. 통일된 ‘참여행동 요령’이라도 만들어 캠페인을 벌이고 실천에 옮긴다면 금방이라도 달라질 것 같다. 사회구성원간에 서로 간섭하고 감시하고 참여하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우리 공동사회는 한결 성숙해질 것이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라고 곧바로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다. 거기에 걸맞은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 돼야 하고 이는 건전한 참여문화로 꽃피울 수 있다. 참여는 비단 사회질서 확립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국민들의 진지한 참여가 발전의 매체가 된다. 나와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의 주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방하고 흠집내기에만 열중하던 시대는 지났다. 나의 발목잡기로 인해 전체 공동체 발전이 저해된다면 결국 나에게 손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대안을 가진 진지한 참여만이 우리 사회를 한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첩경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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