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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 합격한 시각장애인 보고 꿈 키웠죠"

중증1급 장애 딛고 한국은행 합격한 박기범씨


"컴퓨터 모니터가 잘 보이지 않아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는 게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신체장애 때문에) 한국은행에 들어가 금융안정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국은행 공채시험에 '중증종합1급' 장애인이 일반인들과 함께 나란히 합격해 화제를 낳고 있다. 주인공은 성균관대 경제학과 08학번인 박기범(23ㆍ사진)씨. 한은이 지난해 2급 장애인을 채용한 적은 있지만 1급 중증장애인을 공채로 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씨는 1m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도 간신히 구별할 정도의 약시(弱視)인데다 뇌병변장애로 하반신이 자유롭지 못하다. 시력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약하다 보니 안경을 쓰더라도 항상 돋보기를 통해 글을 읽어야 한다.

그는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 했다"면서 "한국은행 시험을 준비하면서 책에 나오지 않는 각종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한은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박씨는 "08학번이어서 대학 생활 동안 금융위기를 지켜봤다"면서 "한은에 들어가 금융안정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예측해 대응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 22일 합격 통보를 받고 '어안이 벙벙했다'는 그는 합격 사실이 믿기지 않아 컴퓨터를 네번이나 다시 켜 메일을 확인했다.

박씨는 자신의 합격 소식이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힘과 용기로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랐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께서 시각장애인이 사법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여주셨어요. 그것을 보고 저도 꿈을 키우게 됐어요. 제 소식이 저 같은 장애를 가진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은은 박씨의 장애를 고려해 그가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부서에 배치할 계획이다. 또 조만간 선발할 6급 직무직 15명 가운데 3명을 장애인으로 채용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문호를 더욱 넓혀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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