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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효과적 유·무상 원조, 결국엔 우리 경제발전에 도움"



페루 쿠스코 거리

가난한국가돕는데그치지않고 장기적으로는 국격 향상에 기여
지출금 1인당 月2,000원 불과, 규모 늘리고 전문가 양성 시급
ODA시장 年1,000억弗 달해… 국내 기업들 관심도 높아져야
"페루의 쿠스코라는 도시에 도자기학교를 지어준 적이 있습니다. 농한기에 도자기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팔아보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3년 정도 하더니 농가 수입이 늘어나 생활이 윤택해졌더라고요. 이후 이들이 살 만해져 냉장고나 텔레비전 등 고가의 전자제품을 구입해야 하는데 다른 경쟁국가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모두 한국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박대원(64ㆍ사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부의 유무상원조(ODA) 사업이 반드시 가난한 국가들을 돕기만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 경제발전에 발판이 됐고 앞으로도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페루와 같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KOICA에서 (직업)훈련을 받았던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자기들끼리 모여 이른바 'KOICA 동창회'를 만들었다"며 "그런데 우리 기업이 현지인들로 구성된 이 동창회에서 사업상 도움을 받는 사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당시 훈련을 받았던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뛰어난 활약을 벌였고 그 결과 많은 이들이 본국의 중요한 위치에 올라 이 같은 일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도 어려운데 꼭 가난한 국가를 도울 필요가 있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박 이사장은 "정부의 효과적인 유무상원조가 결국 우리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국격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KOICA를 맡은 지 2년이 넘는 박 이사장(2008년 5월 취임)에 따르면 KOICA는 2011년 현재 해외 27개국 68명의 직원과 29개국 57명의 관리요원, 그리고 46개국 1,800여명의 봉사단원이 활동 중인 전세계적 조직이다. 이와 관련해 박 이사장은 "올해는 분야별로 구분돼 있던 조직을 지역별로 개편했다"며 "지역별 전문가 양성을 통해 '현장ㆍ지역ㆍ성과' 중심의 사업수행 시스템을 정착시켜 선진 원조기관의 기틀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 0.25% 달성을 위해 올해 지난해 대비 약 23% 증액한 1조7,000억원(유무상 각각 6,000억원, 다자협력 5,000억원)의 ODA 규모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평균인 0.31%, 유엔 권고기준인 0.7%에 비하면 아직도 미약하다"며 "한국 국민 1인이 매월 무상원조에 지출하는 금액은 약 2,000원인 데 비해 우리와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스페인이나 네덜란드는 약 2만원"이라고 전했다. ODA 규모를 더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는 선진국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충분히 원조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박 이사장의 소신이다. 그는 "우리는 단시간에 사회ㆍ경제적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고 60년 만에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경험을 가진 유일한 국가"라며 "이처럼 단시간에 이룬 경제개발 경험을 개도국 개발원조에 활용함으로써 원조의 효과를 높이고 다른 선진국과 차별화된 원조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이 필요로 하는 원조가 무엇인지 잘 파악해 이를 실제 사업에 적용하려는 한국형 원조 모델이 그동안 성과를 거뒀고 앞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박 이사장은 퇴직자들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해외봉사를 할 수 있는 KOICA 'WFK(World Friends Korea) 중장기자문단ㆍ퇴직전문가 프로그램'을 강력히 추천했다. 이 중 중장기자문단에 대해 박 이사장은 "해당 분야 학사 이상 학위를 가졌으며 20년 이상의 실무경력 소유자들이 대상"이라며 "이들은 최대 1년까지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며, 단 분야는 행정ㆍ교육ㆍ의료ㆍ농업 등에 한정된다"고 소개했다. 또 퇴직전문가에 대해 박 이사장은 "학위가 필요 없는 대신 50세 이상의 해당 분야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며 "표준ㆍ통계ㆍ기상 등 공공 서비스 분야 종사자로 1년간 해외에서 활동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박 이사장에 따르면 KOICA 해외봉사단원 중 50세 이상 62세 이하의 단원들로 구성된 시니어그룹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시니어그룹은 자격제한이 없으며 봉사기간도 2년으로 비교적 길다. 분야도 교육ㆍ보건ㆍ의료ㆍ정보통신ㆍ행정ㆍ농어촌 개발ㆍ산업ㆍ에너지ㆍ환경 등 다양하다. 일례로 박 이사장은 60세 가까이 돼 필리핀으로 처음 해외봉사를 갔다가 기간을 연장, 무려 8년간이나 활동했던 한 단원을 소개하며 "봉사활동 후 돌아와서는 '해외 오지에서의 생활이 고되고 힘들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다른 사람을 돕는 데서 얻는 기쁨에 중독돼 계속 활동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박 이사장은 유무상원조의 연계를 통한 효과적 집행을 일부 개도국의 우리 전산 시스템 도입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그는 "우선 한국에서 사용하는 조달 시스템이나 출입국 시스템 같은 것들을 개도국에 무상으로 일부라도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후 그들이 우리 시스템을 사용하다 보면 우리 기술력에 놀라 전체 시스템 사용을 희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무상원조를 통해 일부 시스템의 장점을 맛보게 하면 결국 전체 시스템을 다 사용하고 싶어지고 실제로 개도국이 이를 희망하면 유상원조 차원으로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끌어다 쓰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출입국 시스템의 경우 300만~500만달러 무상원조로 2,000만달러의 유상원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동안 정부 안팎에서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 등으로 구분된 유무상원조 사업 분리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정부 간 지나친 유무상사업 분절화 현상은 ODA 발전을 저해하는 큰 걸림돌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집행기관을 일원화하고 무상원조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이사장은 국내 기업의 ODA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ODA시장은 전세계에서 연간 1,000억달러에 이른다"며 "우리나라가 OECD DAC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ODA시장 국제입찰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우리 기업들이 선진국들이 내놓은 원조입찰에 응할 수 있다는 것으로 1,000억달러의 '파이'를 획득할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삼성ㆍLGㆍ현대 등과 같은 대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일류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이런 국제적 입찰에 응찰하면 낙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KOICA의 경우 지난해 70건 정도의 국제입찰을 실시했다. 일례로 박 이사장은 "페루에 병원 6개를 건립했는데 기술전수 및 기자재 부문에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박 이사장은 비교적 소규모의 무상원조 사업이라도 중소기업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규모가 작게는 30억원에서 커야 100억원 정도지만 이들 사업을 기술력이 뛰어난 우리 중소기업이 맡아 진행하다 보면 현지의 반응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지 반응은 곧바로 추가 사업권 획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서 중소기업이 ODA사업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논리다. 박 이사장은 국내 ODA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아직까지 ODA시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해가 부족하고 전문가도 없다"며 "선진국에는 수많은 ODA 컨설팅 회사가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수혜국과 협의해 필요한 사업을 이끌어내고 원조국과 원조국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며 수익을 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국내 기업의 ODA시장은 블루오션"이라며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국제개발협력(원조) 전문인 양성대학 학과 설립 ▦KOICA 봉사단원의 군 대체복무제 개선 ▦KOICA 봉사단의 50대 이상 조기 퇴직자 포함 장년층 및 노년층 인력 활용 등의 프로그램을 강조한 뒤 "KOICA에서도 ODA 교육원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2년 외교관 생활, 상당기간 阿 근무… 대외 원조와 인연
■박대원 이사장은 박대원 이사장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이는 자기 업무 스타일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이기도 하다. 33년의 외무공무원 생활을 한 뒤 3년여 KOICA 이사장(2008년 5월 취임)으로 일하면서 끊임없이 뭔가를 기획하고 추진하다 보니 안팎에서 그런 평가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어떤 계기로 대외원조에 관심을 갖게 됐냐'는 물음에 그는 "외교관 시절 상당 기간을 아프리카 공관에서 근무했다"며 "국제개발협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결국에는 가야 할 길로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02~2005년 알제리 대사 시절 자원부국이자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인구 3,200만명의 북아프리카 최대 국가 알제리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책을 출간하면서 현지에서 유명세를 탔다. 2005년 저술한 '알제리 2028 부자나라 부자국민'은 당초 한국어로 펴낸 책이 아니다. 알제리 현지 공용어인 불어로 '알제리 2028, 도전은 끝나다'라는 제목의 '미래서'가 먼저 출간됐으며 이를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현직 외교관이 자기 나라가 아닌 현지 국가를 소재로 현지어로 책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이 자국의 경제 전문가들조차 상상하지 못한 참신한 발전전략을 담았다며 전 공무원에게 필독을 권장, 이 책이 알제리의 베스트셀러가 됐던 일은 지금도 유명하다. 이어 2007년 그는 이 책의 저자로서 알제리 최고저술상을 수상했다. 또 색소폰 연주가 수준급이라는 박 이사장은 토론토 총영사 시절 딱딱한 행사장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색소폰 연주로 교민사회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32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해온 박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 후배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외교관직을 그만두고 서울시 국제관계자문대사를 맡으면서 이 대통령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에 합류, 외교특보로서 이 후보가 '국제감각을 갖춘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 등 외교성과를 거두는 데 밑거름이 됐다. 박 이사장은 최근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 등 외교관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잇따르는 상황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후배들에게 "외교관은 자신이 주재하는 국가에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약력 ▦1947년 포항 ▦1966년 포항고, 1974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74년 외무부 입부(외시 8회) ▦1990~1992년 주모로코 참사관 ▦1992~1997년 주제네바 참사관 ▦1997년 의전심의관 ▦1997~2000년 주토론토 총영사 ▦2000~2002년 여수 세계박람회유치위원회 국장 ▦2002~2005년 주알제리 대사 ▦2005~2007년 서울특별시 국제관계자문대사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외교특보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의전보좌역 ▦2008년 5월~ 제8대 KOICA 이사장
농촌 개발하고 교과서 지원… 'KOREA 브랜드' 알린다
■캄보디아·라오스 등 성공사례 "캄보디아에서는 농업생산성이 6배 증가했고 아프가니스탄 직업훈련생들은 전원 미국의 유명 기업에 취업했습니다." 박대원 이사장은 22일 인터뷰에서 ▦캄보디아 농촌개발사업 ▦방글라데시ㆍ아프가니스탄 직업훈련원 ▦라오스 교과서 지원사업 등을 열거하며 이같이 원조 성공사례를 들었다. KOICA는 개발도상국 대상 원조사업에서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 같은 농촌개발 컨설팅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박 이사장이 전한 캄보디아의 경우 수도 프놈펜에서 50㎞ 떨어진 캄퐁참도 바테이군 지역 3개 마을에서 농촌종합개발 사업을 진행한 결과 가용 경작지가 3배 늘어났고 1년 3모작이 가능해졌다. 관개수로와 제방건설 등으로 농업생산성이 6배 증가해 농민들의 소득이 크게 늘어난 것.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실시된 당시 사업에는 총 450만달러의 예산이 소요됐다. 개도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도 KOICA의 중점사업이다. 2009년 개원한 방글라데시 미르푸르 직업훈련원에는 현재 전기ㆍ전자ㆍ건축ㆍ컴퓨터ㆍ디자인 등 6개 학과가 설치돼 활발한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지인들은 훈련원 입학 전보다 최고 10배의 수입을 올려 만족도가 크다는 후문이다. 아프간도 2009년 완공한 직업훈련원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ㆍ건축ㆍ용접ㆍ전기ㆍ컴퓨터 등의 학과에서 총 720시간의 교육훈련을 받은 85명 전원이 미국 유명 이공계 기업인 플로어사(社) 에 취업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라오스에서는 교과서 지원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KOICA의 교과서 지원사업으로 현재 라오스의 모든 중ㆍ고교 학생들의 교과서 뒷면에는 라오스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새겨져 있으며 '이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와 KOICA의 지원으로 출판됐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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