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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거듭 강조하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다.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전자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와 스마트폰 이후 먹을거리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삼성이 당면한 현실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신년사에서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동시에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 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 등 삼성그룹이 추진해야 할 3대 혁신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그는 "불황기일수록 기회는 많아 남보다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보고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자"며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산업과 기술의 융·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태블릿PC·스마트TV 등과 같은 스마트 기기 부문에서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시장을 주도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를 적극 발굴해 주력 사업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올해 50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1등 사업은 2등과 격차를 더욱 벌리고 부진한 사업부문은 1등이 되기 위한 신기술 개발이나 인수합병(M&A), 핵심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TV·스마트폰과 같은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신사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지난 2010년 바이오 제약·의료기기·태양전지·자동차용 2차전지·LED(발광다이오드)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육성해오고 있다. 이들 5대 사업에는 오는 2020년까지 23조원 이상이 투자된다.
5대 신사업의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용 2차전지와 바이오 분야가 대표적이다. 삼성SDI가 맡고 있는 2차전지 사업은 전기자동차 시장이 커지면서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BMW·크라이슬러·마힌드라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전기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지난해 삼성SDI 배터리를 달고 나온 첫 번째 양산 전기차인 크라이슬러 F500e가 출시된 이후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BMW의 'i3'와 'i8'도 지난해 11월 유럽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후 초도 물량이 매진되는 등 각광을 받고 있다.
바이오 제약 사업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제약 산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세계 톱 바이오제약 서비스 업체인 '퀸타일즈'와 함께 바이오의약품 생산 사업(CMO) 합작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데 이어 2012년에는 바이오 시밀러 제품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인 '바이오젠 아이덱'과 합작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을 통해 바이오제약 사업에 필요한 제품개발·임상·인허가·제조·판매 역량을 모두 갖춘 삼성은 내년 8월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6종에 대한 개발과 2종에 대한 임상시험(3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공급 계약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LED와 태양전지도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는 분야다. 2020년까지 10년 동안 각각 6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은 LED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삼성LED를 설립했다가 2012년 삼성전자 'LED사업부'로 흡수 합병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30년간 쌓아 온 반도체 기술력과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LED소자, 디스플레이용 모듈, 조명엔진 및 램프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조명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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