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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나마 시작한 공부… 감동의 연속이었죠"

고교 졸업장 받은 노부부 정상경·김간랑씨

"이제 와서 보니까 어려서 못 배운 게 오히려 잘됐다 싶어요. 이 감동은 아무도 몰라요. 옛날에는 공부 얘기만 나오면 울었어요. 이제는 한이 풀렸는지 눈물이 안 나와요."

지난달 25일 남편 정상경(70)씨와 함께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대안학교 성지고등학교를 졸업한 김간랑(63)씨는 3일 서울 신정동 자택에서 '눈물이 안 나온다'는 말을 하며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부부는 삼척에서 태어나 중매로 결혼했다. 정씨는 삼척 상공회의소에서 건물 관리직으로 일하고 김씨는 재래시장에서 채소 등을 팔며 4남매를 키웠다.

김씨는 평생 '못 배운 설움'을 안고 살았다. 그녀는"우리 아저씨(정씨)만 해도 초등학교 나왔으니까 내 심정 모른다"며 "시장 일하면서 계산서 끊어줘야 되면 옆집 가서 부탁하고 은행 가면 돋보기 안 가져와서 그렇다며 직원들한테 대신 써달라고 하고…"라며 그간의 서러움을 털어놨다.

자식들의 권유로 다시 공부를 시작한 부부는 2009년 나란히 성지중에 입학했다. 대안학교의 중학교 과정(2년)을 마친 부부는 내친김에 고교 과정(2년)도 밟았고 지난달 25일 고교 졸업장을 받았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배움의 기쁨은 커갔다. 김씨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그 내부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알고 나니까 너무 신기했다"며 "교과서에 나오는 시사용어를 익혔더니 뉴스에서 하는 소리도 점점 더 많이 알아듣게 되고 그야말로 감동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대학(한국방송통신대) 진학도 앞두고 있다. 손자들이 바르게 자라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청소년교육과를 택했다.

김씨는 "앞으로 노인정 같은 곳에 찾아가 과거의 나처럼 많이 못 배운 분들에게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전해주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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