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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9일] 아무도 믿지 않는 통계


‘16만2,570가구.’ 국토해양부가 공식 수치로 쓰고 있는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지난 2008년 11월 말 기준)이다. 이상한 것은 이 수치를 믿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미분양 아파트로 휘청거리고 있는 건설업계는 물론 현황을 파악해 국토부에 보고하는 일선 지방자치단체도 믿지 않는다. 심지어 이를 집계해 홈페이지에 공식 발표한 국토부조차 이 수치가 ‘맞다’고 말하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업계가 ‘추산’하는 26만~30만가구가 오히려 더 신뢰성 있는 수치로 인용되기조차 한다. ‘오차’라고 말하기에는 괴리가 너무 크다. 터무니없는 오차는 미분양 집계방식의 허점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업체들이 알려주는 숫자를 검증 없이 그냥 국토부에 넘겨주고 국토부는 이를 여과 없이 발표하는 게 현실이다. 국토부의 입장은 이렇다. “정책 판단을 할 때 더 중요한 것은 미분양의 흐름이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업체들이 누락하는 물량이 급변하는 게 아니어서….”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정부와 금융권이 추진하고 있는 건설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유동성 위기의 원인인 미분양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정확한 미분양 통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조조정 자체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확한 미분양 정보가 파악되지 않는 데 따른 폐해는 또 있다. 소비자 피해다. 아파트라는 게 같은 단지라도 동ㆍ층ㆍ향에 따라 많게는 수천만원의 가격차가 나는데도 정작 소비자들은 업체로부터 정확한 미분양 물량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확한 미분양 현황을 파악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제도적으로 일반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제처럼 분양계약자와 건설업체에 계약신고제를 도입하면 보다 정확한 미분양 집계가 가능해진다. 국토부도 알고 있는 방법이다. 굳이 업계 신고를 받지 않더라도 아파트 분양에는 중도금 대출이 전제되는 만큼 금융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쯤 되면 국토부가 정확한 미분양 집계를 ‘못하는’ 게 아니고 ‘안 하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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