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 터키 가입협상 조건부 권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6일 터키의 EU 가입협상 개시를 조건부로 권고하는 보고서를 채택해 유럽권에 진입하려는 터키의 오랜 열망이 실현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EU 집행위는 그러나 구체적인 협상개시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아 이 문제는 12월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집행위 보고서는 터키가 (가입을 위한) 정치적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협상 시작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그러나 자유와 민주주의의 원칙, 인권 존중존중, EU 법 규정 등에 대한 심각하고도 지속적인 침해가 발생할 경우 협상의 중단을 권고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또 터키를 가입시킨다는 목표는 명백하지만 사전에 이를 보장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가입에 필요한 준비가 향후 10여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터키 개혁의 속도에 따라 협상 진전 상황이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어 터키가 국제인권 규약 채택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 고문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군부가 여전히 비공식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언론및 신앙의 자유, 여권 신장에서도 아직 미진한 점이 많다며 지속적인개혁을 권고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에서 "집행부의 대답은 '예스'지만 이는 조건부"라고 밝히고 유럽은 터키의 가입을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고안이 발표된 뒤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은 역사적인 조치라며 환영했다. 이와 관련해 터키는 가입 협상이 내년 상반기에 시작되길 바라고 있다.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그러나 EU는 협상 시작 권고안을 철회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하면서 EU가 제시한 엄격한 전제조건에 다소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협상을 중단할 경우 이는 정치.경제적으로 개혁을 추진중인 한 국가를 존중하지 않는 조치라며 "터키는 어떤 특수한 전제조건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조건부 '예스'란 없다"고 말했다. 유럽내 최대 터키인 이주국인 독일도 이번 보고서를 환영했다. 뉴델리를 방문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터키가 대부분의 유럽 지도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EU 집행위 보고서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EU 가입도 오는 2007 년까지 마무리돼야 한다고 밝혀 동구권으로의 제2단계 확장 가능성을 열어놨다. 보고서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EU 동참을 위해서는 경제 및 행정 개혁이 지속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고 크로아티아의 가입 협상도 민주주의 및 법의 지배 원칙준수를 조건으로 내년에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