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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60년] <중> 재도약이냐, 답보냐

'가공무역 수출' 한계… 고부가산업등 경제체질 개선 과제로<br>8월수출 23% 줄어… 무역불균형 조정과정 더 악화 가능성<br>금융분야 약진 불구 리스크관리 소홀로 부실 부메랑 우려도<br>"재도약위해 기술혁신 시급… 앞으로 10∼15년이 분수령"

지난 10일 하계 다보스포럼이 열린 중국 동북지방의 다롄시 국제전시장 앞에 기마 여경들이 도열해있다. 중국은 최근 국제 물류 및 친환경 산업 단지가 집중돼 있는 랴오닝성 다롄을 중심으로 단둥과 잉커우 등을 잇는 해안 도시를 동북아 경제 허브로 육성키로 하는 등 경제 재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당시 수영 경기장의 전체 외벽에 LED 조명을 설치했던 루밍(다롄시 소재)은 친환경 특허 조명 기술만 150개 가량 확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11일에도 이 회사에선 미국의 GE에서 온 구매단을 상대로 한창 프레젠테이션 중이었다. 량쒸둥 최고경영자(CEO)는 "(루밍이 만드는 LED조명은) 에너지 효율이 10배 높고 천연색의 아름다움을 띤다"며 기술력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17억위안(3,000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이 업체는 내년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지난주 유엔총회에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중국이 신에너지 투자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글로벌 녹색 성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자신있게 밝힐 수 있었던 것은 루밍같은 기업들의 활약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미래는 LED조명 마냥 장밋빛 일색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미지수다. 오늘날 중국을 경제 슈퍼파워로 만든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은 지금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중국의 수출을 받아주던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중국에 무역 불균형, 이른바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를 를 시정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 체질 혁신 여부가 중요 갈림길= 중국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과 청사진을 제시하는 최고 의결기구로 지난 9월 중순 열린 제 17기 4차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가장 큰 화두는 급변하는 무역 흐름에 맞춰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의 중국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는 것이었다. 글로벌 경제가 구조적 전환 과정에 있고 이에 대한 시급한 대처가 중요한 상황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의 차기 후계자 지목 여부 등은 뒷전으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상하이에서 열린 한 무역박람회. 장쑤성에서 온 대나무 커튼 제조업체인 타이창 티앤천 트래서리의 브루스 사오 사장은 "언제 수출이 회복될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전시 부스를 차려놓고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외국 바이어 한명도 오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 8월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23.4% 하락하는 등 10개월째 두 자릿수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출 저하 상태가 글로벌 무역 불균형의 조정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 초부터 4조위안(5,860억달러)의 천문학적인 돈을 풀며 선방하고 있다. 자동차 구입 보조금 지원, 세제 감면 등에 내수 부양책에 힘입어 올해 정부 목표인 8%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인위적 돈 풀기를 통한 경기 부양은 일회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이종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수출 주도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고 있다"며 "하지만 민간 소비와 내수 시장을 키우는 쪽으로 경제 체질을 전환하지 못하면 경기 부양의 후유증만 커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의 지난 상반기 성장률 7.1%중 6.2%포인트가 정부가 주도한 다리, 도로 등 인프라 투자에 기인한 것으로 정부의 인위적 투자에 갈수록 매달리고 있다. 반면 수출은 줄어들면서 성장률에서 2.9%포인트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은 양날의 칼= 중국 경제의 부상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금융 분야의약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시가총액 1위 금융회사였던 씨티그룹이 공중 분해되는 등 서구 굴지 회사들이 속속 쓰러졌던 반면 중국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3대 국유은행의 몸값은 6월말 기준으로 각각 1조3,661억위안, 1조302억위안, 8,833억위안으로 나란히 세계 1~3위를 차지했다. 볼륨을 놓고 본다면 세계 최고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 금융은 덩치가 크다고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몸집이 커질수록 경기침체기에 부실이 늘어나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4조 위안의 재정 부양책과 함께 은행을 통해 올 상반기 월 평균 1조위안이 넘는 돈을 풀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7~8배가 많은 수치다. 이들 돈은 대부분 대형 국영기업에게 흘러가거나 상당 금액은 증시ㆍ부동산으로 유입되며 자산 버블우려를 낳았다. 경기가 지금처럼 그럭저럭 굴러갈 때는 괜찮지만 경기가 다시 침체되면 부실 덩어리라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 베이징대학의 후오 더밍 교수는 "은행 대출이 국영기업을 위주로만 이루어지고 있따"며 "중소기업의 재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중소기업 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등 민간 부문에 대한 신용 공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65%, 고용의 75%, 세수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이에 맞춰 은행 등 금융권이 이들을 지원해줄 시스템과 제도는 한참 뒤쳐지고 있다. 반면에 철저한 리스크관리는 하지 않은채 국영기업 위주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방 정부들이 대규모 교량 건설 등 인프라에 들어가는 은행 대출을 상당 부분 지급보증을 서고 있어 경기 침체는 곧바로 지방 정부의 파산을 불어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국 현지 언론인 21세기 경제보는 지방정부 부채가 지난 2008년초보다 3배 늘어난 5조2,600억위안(5월말 기준)에 달한다며 지방 정부의 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공무역 한계 넘어야=중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수출로 매년 수천억달러의 돈을 벌어놓았기 때문이다.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글로벌 위기의 방파제 역할은 물론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 및 광산을 사들이는 등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쥐략펴략하는 힘을 갖게 한 것이다. 하지만 무역 흑자의 대부분, 아니 전체가 저임 노동력 등을 바탕으로 한 가공무역에서 나오고 있다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로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중국산 제품들이 각종 반덤핑, 반보조금 제소를 잇달아 당하고 있어 이 같은 수출 구조가 무한정 지속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중구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장옌성 대외경제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그동안 가공무역 수출로 경제 성장을 이루어왔다"며 "중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위주의 산업 구조로 전환하고 수출의 질도 바꿔야 한다"며 "향후 10~15년이 중국경제 재도약 여부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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