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화당국이 달러화 유출을 막기 위한 고강도 규제에 나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인민은행이 선물환 거래액의 20%를 1년간 예치하도록 의무화하는 새 규정을 다음달 15일부터 시행한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지난 1년간 3,000억달러 안팎의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며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감소하는 가운데 달러화 매입 비용을 높여 추가 자본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다. 새 규정에 따라 각 은행은 선물환 거래로 인한 적잖은 예치금을 제로 금리로 인민은행에 맡겨야 하므로 이의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선물환 거래 수수료 등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인민은행 공지에 따르면 이번 규정은 위안화 매도, 외화 매수 거래에만 적용되며 위안화 매수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인민은행이 이처럼 강도 높은 규제책을 마련한 것은 지난달 11일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위안화 약세를 겨냥한 환투기가 기승을 부리며 자본유출을 부추긴 것이 배경이 됐다. DBS뱅크 홍콩의 채권·시장 대표 토미 옹은 "인민은행이 단기적인 위안화 약세 전망을 불식시키려는 조치"라며 "이를 통해 보유외환 감소에 제동을 걸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시화한 중국으로부터의 자금유출은 지난달 11일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주 하이빈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3·4분기부터 올 2·4분기까지 1년 사이 중국에서 3,400억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1일 이후 해외로 유출된 자금만도 1,500억~2,00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인민은행의 새 선물환 규정은 일단 시장에서 즉효를 발휘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1994년 이후 월 기준 최대폭 하락했던 위안화 가치가 이달 1일 오후 상하이에서 0.1% 상승해 달러당 6.3698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 중국 경제상황에 따라 한층 더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WSJ는 앞으로 중국 경기둔화의 징후가 한층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자본유출이 수개월 사이에 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장민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WSJ에 "자금유출은 3·4분기에 위안화 약세 전망과 함께 한층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NZ은행의 아이런 정 외환전략가도 블룸버그에 "인민은행의 새 규정이 일단 효과는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펀더멘털이 위안화 환율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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