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이익훈어학원 1관 8층 원장실. 한쪽 벽면을 차지한 책장에는 각종 영어교재가 빼곡하게 꽂혀있다. 'E-토익(TOEIC)' '이익훈 아이 오브 토익(Eye of the TOEIC)' '프로 텝스(Pro TEPS)' '아이크 토익(iKE TOEIC)' 등 이익훈어학원에서 사용되는 이 교재들은 모두 해당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특히 고 이익훈 회장이 직접 집필한 E-TOEIC 시리즈는 지금까지 1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이익훈어학원이 영어청취ㆍ영어시험 전문학원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는데 자체 개발한 이들 교재가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교재출판을 외부 출판사에 맡겨오던 이익훈어학원은 지난해 6월 자체 출판사인 아이크북스를 설립하고 출판사업을 시작했다. 김선숙(57ㆍ사진) 이익훈어학원 원장은 "지금까지 6종의 교재를 새로 펴낸 데 이어 올해 말까지 토익과 토플, 텝스의 단계별 교재를 4~5종 더 출간해 영어시험 교재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익훈어학원은 1993년 서울 강남에서 국내 최초의 영어청취 전문 어학원으로 출발했다. 문법과 독해 위주의 영어강의가 주종을 이루던 시절에 듣기와 말하기 위주인 이익훈 전 회장의 강의가 큰 인기를 끌면서 이익훈어학원은 업계에서 가장 빨리 강좌가 마감되는 학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직접 강의는 물론 교재 개발, 강사 교육을 책임지던 이 전 회장이 지난해 5월 지병으로 타계하면서 학원 위상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의 부인으로, 93년 학원 설립 당시부터 경영에 참여해온 김 원장은 출판과 인터넷 동영상 어학원 등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학원의 변신을 이끌고 있다. 김 원장은 "이 전 회장의 빈 자리가 크지만 교재 개발과 강사진 교육, 학원 운영이 시스템화됐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면서 "오히려 이 전 회장의 타계 이후 강사들이 더 열심히 가르치고, 강사 지원자와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익훈어학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20여명의 강사를 새로 영입했다. 이익훈어학원의 강사가 되려면 평균 50대1의 경쟁을 뚫어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20여명의 강사 가운데 모든 강의가 마감되는 '스타 강사'만도 줄잡아 10여명에 이른다. 박정어학원의 박정 원장, 김재호어학원의 김재호 원장 등이 이 학원 강사 출신이다. 이익훈어학원이 '원장 사관학교'로 불리는 이유다. 김 원장은 "아무리 장안의 명강사라도 이익훈어학원의 강사가 되려면 반드시 시범강의(시강)를 통과해야 하고, 모든 영어시험 과목 강사들은 매월 정기 테스트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최신 출제경향을 파악한 뒤 현장에 투입된다"면서 "토익 만점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과 종로 두 곳에만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익훈어학원은 명성에 비해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부족한 편이다. 지방에서 프랜차이즈 학원을 운영하겠다는 요청이 빗발치지만 우수 강사진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하고 있다. 김 원장은 "대신 인터넷어학원 동영상강의를 통해 오프라인의 질 높은 강의를 지방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어학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80% 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8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익훈어학원의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원. 김 원장은 수강생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 신촌지역에 분원을 내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