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이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에너지 보조금의 부담이 커지자 유류의 판매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정부는 휘발유, 디젤,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판매 가격을 8~17%인상했다. 그동안 인도정부가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유류 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올해 에너지 보조금 규모가 578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인도의 국영 정유 업체들은 배럴당 평균 48달러에 소비자에게 공급해왔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3달러 정도임을 감안하면 61%가량이 정부 보조금으로 할인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류 가격 인상으로 50억달러의 보조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정부는 다만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등유 가격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 집권당은 이번 유류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고유가 등 외부 변수를 지목하고 있지만, 비판론자들은 정부가 경제 여건이 지금보다 한결 나았던 2년 전에 유류 가격을 올렸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인도의 우익 야당인 바라티야자나타당 등은 민심 이반을 등에 업고 대정부 투쟁에 나설 태세라 고유가에 따른 사회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말레이시아도 지난 4일 휘발유 가격을 40%이상 올린다고 발표했다. 정부관리는 “올해 에너지 보조금이 지난해보다 25억달러 늘어난 150억달러로 예상된다”며 유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의 에너지 보조금 규모는 정부 지출의 3분의 1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 정도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가 그간 유류 가격 통제로 개발도상국 가운데 비교적 낮은 3%대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했지만, 이번 유류 가격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1~2%포인트 가량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유류 가격을 29%, 스리랑카는 14~47%가량 올려 아시아 각국이 소비자들의 불만과 고유가발 인플레로 홍역을 치룰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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