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는 공룡 국유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개혁이 예고되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물론 주요 외신들은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국유기업 개혁 심화에 대한 지도의견'이 이미 공산당 중앙의 심의를 통과해 각 국유기업에 전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항일·반파시스트 전승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를 마무리하고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국 지도부의 눈은 그 동안 미뤄뒀던 각종 개혁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지도부는 국유기업 개혁을 통해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중국 경제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2008년 4조 위안의 재정투입 이후 불거진 과잉생산과 이에 따른 국유기업의 실적 부진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쉬샤오녠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 교수는 "구조조정으로 국유기업이 새롭게 태어날 기회를 놓치면 중국의 경제 개혁은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유기업 개혁의 핵심 틀은 '대형화'와 '민영화'라면서도, 정부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WSJ은 지도의견안에 "국영기업에 대한 당의 리더십이 유지돼야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며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하되 시장경제의 역할을 다소 확대하는 다소 실망스런 개혁안이 나올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중국 금융 당국은 국유기업 재편을 위해 국유기업간 인수합병(M&A)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업들간 주식교환을 허용하는 등 자본·금융시장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국유기업 실적 부진이 성장률 끌어내려= 대형 국유기업들은 2000년대 중국 고속성장의 일등공신이었다. 2008년까지 국유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10~14%로 중국의 GDP 성장률보다 높았다.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정부가 국유기업 확장을 위해 쏟아부은 재정은 과잉생산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2007년 13.8%에서 2008년 9.1%. 2009년 6.9%로 떨어진 뒤 2010년 재정투입 효과로 13.7%까지 급반등했으나 2011년(9.9%)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4.9%까지 곤두박질쳤다.
실적감소는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국유기업이 지방 국유기업보다 더 심각하다. 올 상반기 국유기업 전체 영업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한 21조7,689억 위안을 기록했지만, 이중 중앙국유기업의 영업수입은 13조2,12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7.1%나 하락했다. 반면 지방국유기업의 영업수입은 8조5,569억 위안으로 전년대비 3.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정부 지분·관리 낮추고 민간 역할 확대= 시진핑 정부는 2013년 10월 3중전회에서부터 국영기업 개혁 방안을 구체화했다. 당시 리커창 총리는 '새로운 국유기업 개혁'을 언급하면서 국유기업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3중전회에서 발표한 국유기업 개혁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소유제 변화로 국가의 지분을 줄이고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는 '혼합소유제'의 추진이다.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는 지난해 7월 4대 개혁방안(구조개혁·혼합소유제·이사회구성·기율감사위원회 감독)을 발표하고 중량그룹, 중국의약그룹 등 6개 중앙기업을 시범기업으로 선정해 개혁조치를 추진했다.
두 번째는 싱가포르 테마섹 방식의 운용모델 도입이다. 국유기업들을 투자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통해 정부의 관리 강도를 낮추는 대신 개인과 기관의 투자 흡입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유기업의 차별화된 관리 감독이다. 지난 5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발표한 국유기업 심화개혁지도의견의 부속정책 15건을 책정해 국유기업 제도의 기반을 만들었다.
◇혼합소유제가 국유기업 개혁 걸림돌=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혼합소유제' 도입이 국유기업 개혁을 지체시키는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NDRC 관계자는 "혼합소유제 시행에 대한 정책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국유기업 개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지방정부는 국유자산 유출이 재정에 악영향을 줄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국유기업 민영화인 혼합소유제의 범위 확정이 시급한 문제라며, 기간산업과 첨단기술 등 국가 중점사업의 지분을 어느 수준까지 민간에 넘겨 줄지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혼합소유제로 재편된 기업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해충돌도 안정적인 개혁을 위해 중국 정부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유기업의 M&A 등은 상당한 진통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2월 중국 최대 국영석유기업인 시노펙(중국석화)이 일부 사업부에 대해 시범적으로 혼합소유제도를 실시했지만 이 시스템은 더이상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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