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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이세돌의 바둑이 아니었다

제11보(151~172)



구리는 상변에서 얼른 한 집을 내지 않고 일단 백52로 두었다. "얄미운 수순입니다. 기분 나빠서 이세돌이 돌을 던지겠군요."(김영삼) 이세돌은 돌을 던지지 않았다. 흑53으로 상변을 지켰다. 그때 구리의 백54가 놓였다. 피니시블로였다. 흑55는 최강의 저항. 그러나 이미 파국이 기정사실로 된 상태였다. 구리는 일단 백58로 대마를 살렸다. 흑65로는 상변을 보강하는 것이 정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백이 65의 자리에 잇는 순간 바둑은 백승이 굳어진다. 말하자면 실전보의 흑65는 던질 곳을 찾은 수였다. 구리는 백68 이하 72로 판을 끝냈다. 애초에 흑55로 달리 받는 수는 없었을까. "없었어요."(김영삼) 참고도1의 흑1로 받을 수도 있는 문제지만 그것은 백2로 수가 난다. 백8까지 흑 6점이 잡히는 것이다. 돌을 던진 시점에서 계속 둔다면 어떻게 되는가.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4로 간단히 흑이 무너진다. 복기를 목격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이세돌의 손이 계속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고 한다. 구리는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오늘의 바둑은 도저히 내가 생각했던 이세돌의 바둑이 아니었다. 이세돌씨가 컨디션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구리) 172수끝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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