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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9월 10일] 나눠야 커집니다

K회장님. 얼마 전 사석에서 나눈 얘기가 귓가에 맴돌아 이렇게 펜을 듭니다. 저는 그날 기업현장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싶었지요. 하지만 회장님은 예전과 달리 의기소침했고 말도 극도로 아꼈지요. 사업이 잘 안 되는 걸까. 말 못할 고민이 있는 걸까.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일단 술잔과 더불어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대화를 풀어가면서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근황을 물었지요. 걱정과는 달리 "아주 잘된다"고, 그것도 "당분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 잘돼서 고민"이라고 답하셨지요. "건강도 아주 좋다"고 했고요. 현재의 특혜에 안주해선 안돼 사업도 잘되고 건강도 좋은데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요. 잠시 후 요즘 사회적 화두인 친서민 정책과 상생에 대한 얘기로 화제를 바꾸자 회장님은 "대기업은 물론 부자도 되기 싫다"고 목소리를 높였지요. 그동안 하는 사업을 세계 최고로 키우겠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분이, 또 워낙 어렵게 살아온 터라 손에 꼽히는 부자가 되겠다는 꿈도 숨김없이 내비치던 분이 그런 말을 하는 사실이 저를 우울하게 만들었지요. 그렇다면 무엇이 맨 손으로 누구나 알아주는 중견기업을 일군 회장님의 생각을 바꿔놓은 것일까요. 그래서 물었지요. 회장님은 '왜 부자나 대기업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생각을 달리한 이유라고 말했지요. 또 "지금 우리 사회는 '부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거의 강압적으로 요구한다"며 불만을 토로했지요. 좀더 솔직히 말해 "부자나 대기업이 돼봐야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고요. 그 말은 한마디로 무조건 나누라는 풍토 아래서 부자가 될 이유가 없다는 얘기였지요. 아니 더 나쁘게 말하면 살만큼 됐는데 나눠주기 싫다는 의미였고요. 또 지금 중견기업으로 누리는 특혜가 많은데 대기업이 돼 이를 빼앗길 필요가 없다는 얘기로도 들렸고요. 실제 잘나가는 기업인, 특히 중견기업들 사이에서 회장님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사실 그들의 생각에도 조금은 동정이 가기도 하지요. 그들 입장에서는 무조건 나누라며 부자를 죄인 취급하는 꼴이 억울하고 분하기도 할 테니까요. 무엇보다 중견(중소)기업으로 향유하는 것이 너무 많은데 굳이 대기업이 될 이유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럼 정말 부자(대기업)가 되기 싫은가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하듯 회장님은 지금까지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를 놓고 앞만 보고 달려왔지요. 그리고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비록 적은 돈이지만 사회에 환원하는 사업에도 참여하기도 했지요. 그런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지요. 적지만 나누는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강요가 싫어 당신의 꿈을 포기하신다면 회장님은 물론 국가경제적으로도 큰 손해지요. 세상 사람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원하지요.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좋아지기를 바라고요. 회장님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요. 버는 것보다 나누는 게 더 중요 물론 억울하기도 하겠지요. 어떻게 번 것인데, 그것도 내 의지가 아니라 떠밀려서 무조건 나누라고 하는 말에 열도 받으시겠지요. 지난번 들은 얘기는 못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잠시 화가 나 저에게 넋두리한 것으로 생각할게요. 지금 회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것을 지켜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어떤 부자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세계의 최고 부자들이 자신이 살던 시대의 후원자가 돼 이름과 명예를 남겼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큰 부자가 돼야 합니다. 그리고 더욱 크게 나눠보세요. 나눌수록 세상은 커지는 법입니다. 빌 게이츠 등 미국의 부자들이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처럼요. 그래야만 이 사회 구성원들이 부자들에게 머리를 숙일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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