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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제언

김채옥 한양대학교 자연과학대학장

급변하는 세계 경쟁 사회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국가경제 발전과 경쟁력 확보에서 과학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구별 없이 과학기술을 한단어로 생각하는 우리의 인식은 되짚어봐야 할 사항이다. 과학은 일반적으로 기초과학을 말하고 기술은 기초과학을 토대로 해 쌓아놓은 응용과학의 꽃이다. 과학이란 인간의 지식을 뜻하는 것이지만 기술은 인간이 생활하고 생산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과학은 추상적인 자연법칙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자연에서 독립한 데 반해 기술은 항상 자연에 의존하여 자연 속에 깊이 파고 들어간 점이 다르다. 또한 기술은 과학적인 인식 없이는 발전할 수 없고 기술이 요구하는 데서 새로운 과학이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도의 태도는 신념과 용기, 정밀ㆍ정확함과 인내력이 요구되며 반(反)과학적 사안과 타협해서는 안되고 항상 겸손하고 진지해야 한다. 진짜 기초과학은 자연과학 학문의 기초가 되는 물리ㆍ화학ㆍ생물 분야를 말하며 수학은 주관성을 배제하고 객관적 사고를 전달하는 수단인 언어로 사용한다. 그런데 정책을 수립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너나없이 과학과 기술을 은연중에 과학기술이라고 이해하므로 과학기술이 기초과학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과학기술을 과학과 기술로 분류하는 것부터 시행돼야 하며 그 같은 개념 정립이 돼 있지 않으면 기초과학의 육성은 기대할 수 없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의 핵심인 기초과학 연구를 집중적이고 전략적으로 육성ㆍ수행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정부 부처간 업무분담은 각 기관의 전문성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 발전적 측면에서의 기초과학 연구사업은 분야별, 프로그램별로 개인의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왜 그럴까. 이것은 현재대로 간다면 우리의 기초과학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으며 기초과학의 발전 없이 응용과학의 꽃인 기술도 마찬가지 상황에 다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홀대받는 기초과학 분야에, 비전 없는 기술분야에 어느 학생이 자기의 장래를 맡기겠는가. 설상가상으로 교육부의 7차 교육과정은 과학 분야에 대한 학구열을 송두리째 빼앗았다. 쉬운 영역만을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심도 있는 공부 없이 선택만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돼 학생들은 어려운 기초과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게 됐다. 현재 한국의 중등교육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암기 위주의 교육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교육은 과학적 사고 능력의 개발과 창의성의 개발 그리고 사회와 관련된 문제점을 이해하고 터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으로의 획기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졸업 시 기초과학 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물리 과목을 이수해야만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기초과학 교육 강화와 육성을 내용으로 한 8차 교육과정을 도입ㆍ개편해야 한다. 기초과학을 중요시해야 할 이공계 학생들이 고시 공부에 매달리는 현상은 자신의 적성보다는 학벌 등 사회적 평판도만 보고 전공을 결정하는 경향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대학입시 제도를 개선하고 자연계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진로 정보를 제공해 미래 한국과학 발전의 초석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해마다 특정 분야의 과학을 선정해 과학자들이 학생과 대중을 상대로 홍보와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한편 기초과학 교육 지원체제를 하나의 체제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요즈음 발표되고 있는 이공계 출신 공직 진출 확대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편이지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해석돼서는 안된다. 이공계 출신 공직 진출 확대의 문제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기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며 기초과학을 중요시하는 이공계 학문을 기본적인 교양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려는 정부의 우선적인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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