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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글로벌경제를 말한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

신흥국 '자금 엑소더스' 가속… 경제·신용도 따라 차별화 클것

올 중반 미 기준금리 인상 예상… 신흥국 전체 충격은 없을 듯

저유가에 러 등은 디폴트 위험

자산 저평가 유로존 투자 유망… 브라질·나이지리아도 주목

에너지부문은 지금이 최적기



"신흥시장으로의 달러 자금 유입(push)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결국 거의 '중단(disruptions)' 수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반면 올해 중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지난 2002년 이후 신흥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8,000억달러가 본격적으로 유출(pull)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 자금들은 미국으로 향할 것입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공동창업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사진)회장은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에 힘입어 과거 신흥시장에 들어갔던 투자가들이 더 유망한 지역과 더 높은 성장률을 찾아 자금을 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미 달러화 유동성이 위축되면 신흥국 신용도와 경제에 따라 거대한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처럼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전염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올해 투자 유망 지역 가운데 하나로 디플레이션 우려에 자산가치가 20%가량 저평가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꼽았다. 또 신흥시장에서는 경제개혁이 가속화하고 있는 브라질, 성장성이 높은 나이지리아 등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에너지 부문도 앞으로 5~10년 내에 다시 찾기 힘들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가 입장에서 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 수출국의 국채나 이들 나라의 석유·천연가스 부문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디폴트 가능성은 베네수엘라가 가장 높지만 가장 큰 위험은 러시아다. 러시아 비금융 기업의 해외부채는 4,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달러·유로화 발행 채권의 형태로 주로 석유·천연가스 부문에 집중돼 있다.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 머문다면 막대한 러시아 부채의 상환 일정이 재조정돼야 한다. 디폴트 이후 러시아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외면당한다면 채무 재조정 협상이 어려워지면서 파장이 글로벌 시장 전체에 미칠 것이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는 탄탄한데.

△과거 미국 기업들은 현금 축적, 기업 인수 등을 통한 비용절감에 주력했지만 지금은 투자를 통한 기업 가치 창출이 시작되고 있다. 또 미국 화물선적 물량이 지난 3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등 실질적인 최종 수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기업 투자와 수요 증가는 미 경제성장을 가속시킬 것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언제 올릴 것으로 보는가.

△올해 중반이다. 미국 성장률은 확실한 수준의 모멘텀을 획득할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개발을 가늠할 수 있는 건설 지출이 강하다. 미 노동시장의 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정책금리는 조만간 정상보다 지나치게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다. 연준의 조기 긴축이 우려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에 근접하고 실업률이 6% 밑으로 내려갈 때까지 기준금리는 0%에 머물 것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 강세 가속화로 미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외환시장의 단기 예측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미 경제회복과 달러화 자산 매입 기대감 등으로 달러화 가치가 오를 게 분명하다. 하지만 연준과 미 재무부는 달러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다. 금리인상 속도는 부분적으로 달러 강세의 정도에 달려 있다. 만약 달러가 급격히 오르면 연준은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다.

-유가 하락이 미 경제에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는 있지만 저물가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데.

△저유가는 미 경제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유가 하락으로 가계가 부유해지면서 올해 미국의 소비는 0.5%포인트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반면 에너지 부문에서 현금유입 감소, 외부 금융비용 상승 등의 여파로 관련 투자가 둔화될 것이다. 에너지 부문에 대한 개발·장비대여 등의 관련 투자는 매년 2,500억달러에 이르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산업투자 순증가분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 부문의 투자 감소는 올해 미 GDP의 0.3%포인트를 깎아먹을 것이다.

-에너지 투자 시대는 끝난 것인가.

△유가는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고 아마도 당분간 낮은 상태에 머무를 것이다. 하지만 다음 5~10년 뒤의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저가 매수의) 투자 적기다. 칼라일그룹은 포트폴리오에서 에너지 부문에 60억~70억달러를 배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신흥시장은 금융위기를 겪었는데.

△지난 4년간 신흥시장은 달러화 유동성의 유입과 유출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이제 투자가들은 더 유망한 지역과 더 높은 성장률을 찾아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신흥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감소 중이며 결국 '중단'되는 반면 자금유출은 지속될 것이다. 신흥시장 채권금리의 움직임은 미국의 정책금리 전망과 거의 일치한다.

-몇몇 신흥국의 변동성이 커지면 차별화가 진행될지, 위기가 전염될지가 관심사다.



△미 달러화 유동성이 위축될수록 보다 거대한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다. 싼 자금(easy money)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위험에 대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피해 안주(complacency)하려 한다는 점이다. 반면 일부 신흥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로) 2013년 5~9월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발생하자 미 달러화 유동성이 위축되는 사태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

-올해 투자 유망 지역은 어디인가.

△러시아와 남극만 제외하면 투자 기회가 있는 곳은 어디든 가려고 한다. 특히 브라질 정부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정책금리를 11.75%까지 올렸다는 점을 인상 깊게 보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후임 경제팀도 집권 2기를 맞아 재정 및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경기호조의 전조라고 본다. 반면 터키는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 부문은 국내 사업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달러를 들여왔다. 세입과 부채 간 통화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아프리카 프런티어 시장이 각광을 받기도 했는데.

△아프리카는 유가 하락에 따른 통화 약세, 몇몇 나라의 정치적 불안정 등 다양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 유망 지역으로 본다. 아마도 다음 몇 년간 많은 투자가들이 사하라사막 남쪽 지역으로 몰려갈 것이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미래를 낙관한다(칼라일은 지난해 11월 말 나이지리아 다이아몬드 은행에 1억4,7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유럽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 경제의 성장속도는 느리고 때로는 경기침체 우려를 주고 있다. 유로존 GDP의 40%를 차지하는 이탈리아·프랑스의 성장률은 0%대로 떨어졌고 독일도 1%에 근접하며 낮아지고 있다. 유럽의 문제는 경기순응적인 통화정책을 펴도 실물경제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변두리 소기업의 대출금리가 6%에 이른다면 0%의 정책금리는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럽 경제는 재정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고 점차 치유되고 있다고 본다. 아일랜드·스페인·포르투갈, 심지어 그리스까지 성장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에 맞서 행동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유럽 투자가 유망하다는 뜻인가.

△유럽의 신용경색은 우리에게 축복이자 저주이다. 성장이 둔화된 반면 칼라일 같은 투자가에게 자금을 빌리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와 리스크 프리미엄 때문에 유럽 자산 가치가 20% 이상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ECB의 양적완화로 유로화 표시 현금이 유입되면 디스카운트 비율이 낮아질 것이다. 유로화 가치가 미 달러화 대비 1% 하락할 때마다 유럽의 기업 가치는 수출증가에 힘입어 3.6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어떤가. 시진핑 정부가 경제발전 모델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데.

△중국의 고정투자와 해외 제조업의 상품 수요는 드라마틱하게 둔화되고 있다. 반면 가계소비 증가율이 연간 10% 정도까지 올라가는 데서 보듯 중국인의 소비여력이 강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존의 투자 중심에서 소비에 초점을 맞춰 구조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톱 라인(Top line·양적 성장)' 경제의 둔화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는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더 좋은 방향이다. 또 과도기를 맞아 신용시장 등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국 정부는 외환보유액 등 문제해결을 위한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어떻게 평가하나.

△아베 신조 정권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편 작업도 결국 성공할 것으로 본다. 장기적 도전과제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일본 경제가 궁극적으로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가고 다음 5~7년 뒤에 3~3.5%의 명목 GDP 성장률 흐름을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 또 소비세 인상의 여파로 일본 경제가 기술적 침체에 빠졌지만 개인소비가 지난해 3·4분기 연율로 1.5% 성장하면서 회복 중이다. 칼라일도 이전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카터 前대통령 보좌관 출신 재산 절반 사회기부 서약도

■ 루벤스타인 회장은
월가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지난 1997~1981년 지미 카터 행정부 때 백악관 국내정치 담당 부보좌관을 지내다가 카터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자 백악관 근무 시절에 쌓아놓은 금융계 인맥을 바탕으로 사모펀드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정치 인맥이 강한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사무실도 뉴욕이 아닌 워싱턴에 차렸고 1987년에는 윌리엄 콘웨이와 칼라일그룹을 공동 창업했다.

이후 칼라일은 운용자산 2,030억달러, 산하 펀드 270개, 40개국 사무소를 거느린 세계 2위의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루벤스타인 회장도 30억달러의 부를 쌓았다.

그는 진보 성향인 카터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 때문인지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이다. 재산의 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서약했을 정도다. 특히 교육 기회 제공이 빈부격차를 해소시키는 최선의 방안으로 보고 시카고대 2,000만달러, 듀크대 1,000만달러, 하버드대 500만달러 등 교육기관에 기부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또 브루킹스연구소 공동회장, 미국외교협회 부회장, 워싱턴 이코노믹클럽 회장 등을 맡으며 왕성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약력 △1949년 미 볼티모어 △1970년 듀크대 우등 졸업 △1973년 시카고대 로스쿨 △1975~1976년 미 상원 사법 소위원회 수석자문 △1977~1981년 카터 행정부 국내정치 담당 부보좌관 △1987년 칼라일 공동 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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