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특파원 칼럼] FRB와 한국은행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서정명특파원

뉴욕 월가(街)에는 페드워처(FED Watcher)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마치 파파라치들이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에 담으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것처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통화금융정책을 펼 것인지 조사하고 분석한다. FRB는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금리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월가의 페드워처나 투자기관들과 대화를 나누며 금융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경제현황을 진단한다. 여기서 나눈 대화가 금리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올들어 미국경제가 회복신호를 보이자 FRB는 지난 6월부터 4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2%까지 끌어올렸다. 금융시장에 공개되는 회의록에서는 “미국경제가 성장탄력을 얻고 있는 만큼 시장 친화적인 통화정책은 점진적으로 제거돼야 한다”며 단계적인 금리인상 신호를 매번 시장에 전달했고 금융시장은 큰 탈 없이 이를 소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금융시장과의 대화를 통해 예측 가능한 정책을 집행하고 금융시장이 합리적인 기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시장충격과 마찰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한국은행은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콜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확대와 함께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한은의 주장에 토를 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는 통화정책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박승 한은 총재는 올해 미국 월가 투자자들과 만나 한국경제는 회복되고 있다고 역설했고 국내에서도 경제성장을 짓눌렀던 내수소비가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조차 금리인하 결정을 ‘시장에 혼란을 가져다준 실패작’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통화정책 결정과정은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신뢰와 믿음을 잃게 마련이다. 국제금융시장은 한은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 금융정책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럭비공처럼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책의 요체는 신뢰다. 신뢰를 잃으면 정책의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한은의 최우선과제는 FRB처럼 시장에서 신뢰를 얻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