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부진한 3·4분기 실적이 9월 증시에 복병으로 떠올랐다.
3·4분기의 3분의2가 지난 현재 중국 경제 둔화와 수출 부진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중순께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기점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증시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여 실적 전망에 따른 차별화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31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연속으로 전망치가 존재하는 코스피 상장사 23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3조4,038억원으로 3개월 전(35조3,851억원)에 비해 5.6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33조2,144억원) 전 전망치에 비해서는 소폭(0.57%) 증가했지만 조만간 다시 전망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여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조선업종이 3개월 전 대비 -75.39% 감소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운송(-26.60%), 디스플레이(-25.41%), 자동차(-8.72%), 호텔·레저(-15.15%)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감소했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락하면서 저평가 국면에도 불구하고 가격 매력의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함께 높아지고 있다"며 "PBR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매력이 잘 와 닿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실적 전망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개선 요인이 존재하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경우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수요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당초 예상했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의 추가 하향 조정폭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가 9월 이후 주식시장 흐름에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둔화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경우 미국의 금리인상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호재가 발생해도 주가의 상승탄력은 크게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상승효과를 누리려면 3·4분기에 실적이 개선되는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3달 전 보다 상승한 업종은 화학(12.06%), 에너지(0.92%), 증권(12.30%), 필수소비재(2.49%), 통신(0.72%), 유틸리티(7.89%) 등이다.
박 연구원은 "한국전력 등 내수 중심의 업종들은 올 3·4분기에 지난 2·4분기보다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적이 개선되는 업종을 잘 골라 투자해 기대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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